인권위, 대학에 방지책 권고
“첫 성관계는 언제였습니까.” “피임은 했습니까.”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재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려면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건 인권침해라며 A 대학 총장에게 인권 교육과 재발방지책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 학기 동안 수강한 강의와 무관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작성해야만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서 강제로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며 A 대학 학생들이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답변이다.
A 대학은 지난해 성적조회 때 학생생활상담연구소에서 만든 설문조사를 먼저 답하도록 했다. 학생 지도, 상담 등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얻기 위해서였다. 설문은 개인 신상, 진로에 대한 질문은 물론, 성인식 조사 등을 포함해 모두 95개 항목으로 구성했다. 문제는 여기에 연애 경험 유무, 연애 상대의 성별(동성 또는 이성), 첫 성관계 시기, 피임 여부 등 민감한 사생활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A대학측은 이런 방식의 온라인 조사는 다른 대학들도 다 하고 있는 것인데다, 실태 조사 차원의 설문조사라 이름, 학번, 전화번호처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권 침해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응답 내용은 보고서 작성 인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암호화했고, 학생들 반발에 몇몇 항목은 대답하지 않아도 되도록 고쳤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인권침해라 판단했다. 강의 내용과 무관한 설문조사 내용을, 성적을 보려면 반드시 설문조사를 응해야 하는 방식으로 강제했다는 것은 개인정보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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