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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석 법무장관 직행 땐 셀프 검증하나” 커지는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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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석 법무장관 직행 땐 셀프 검증하나” 커지는 비판론

입력
2019.06.27 04:40
수정
2019.06.27 07: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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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각설에 靑 “확인할 내용 없어”… “총선 앞 대통령 최측근 기용 부적절”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할 것이란 전망이 26일 본격화하면서 원칙을 훼손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사법개혁 기조를 이어갈 적임자라는 평가가 없지 않지만, 현 여권이 야당시절 비판해온 ‘현직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직행’의 전형인데다 검찰 중립성을 해치는 헌법질서 모독이란 비난까지 부정적 여론이 두드러진다. 특히 조 수석이 실제 법무장관으로 기용될지 여부를 떠나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류효진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류효진 기자

청와대는 26일 조국 민정수석이 향후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확인드릴 내용이 없다”고 이틀째 입을 닫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 발탁 보도와 관련해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검증 주체인 민정수석이 장관 후보자가 되면 (조 수석이) 스스로를 검증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지적에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 답변을 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직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에 대한 확인을 거부한다는 것은 관련한 비판을 수용한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도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 수석 본인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평소 21대 총선 차출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에는 뜻이 없다”며 적극 부인해 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와 조 수석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데는 현직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직행하는 데 대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련보도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조 수석의 법무장관 발탁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이어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과 맞물려 검찰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검찰개혁은 제도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검찰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가 그간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인사·감찰권을 통한 통치력 강화를 강조해 왔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인사권을 적극 행사해 검찰의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류에서는 조 수석의 법무장관 행이 불가피하다는 기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조 수석은 사법개혁을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민정수석이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만큼, 법무부 장관으로서 개혁의 전면에 나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민정수석이 검찰 등 사정기관을 장악하려 했다는 얘기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갖춰야 할 전문성, 시대정신, 추진력 측면에서 조 수석은 빠지지 않는다”며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문 대통령의 신뢰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손학규(가운데)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2011년 7월 15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손학규(가운데)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2011년 7월 15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하지만 여권 주류의 이 같은 반응은 ‘자기부정’에 가깝다. 특히 민주당은 2011년 7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자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어 “민정수석이 곧바로 법무장관에 임명된 것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신임이 아니라, 국민의 신임이 필요한 자리”라며 “최악의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19대 총선이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선거관리의 공정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강력 성토했었다.

사법개혁의 연속성 차원에서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사법개혁 문제는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올린 만큼 정부와 청와대의 역할은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조 수석 또한 사법개혁 관련 법안 입법화 문제와 관련해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사실상 자신의 역할이 마무리 됐다는 뜻을 거듭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여당인 민주당이 유독 비판 여론을 외면하는 데는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조 수석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당 내에서는 가뜩이나 조 수석의 부산 선거 차출론은 물론 선대위원장 역할론 등이 진작부터 나오고 있었다.

조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설이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앞서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법무부 장관으로 거듭 기용하려 했으나, 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지워드릴 수 없다”며 한사코 고사했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06년 7월 문 대통령의 법무장관 기용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당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반대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시 문 대통령의 법무장관 기용으로 레임덕을 막겠다는 계산 또한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레임덕을 가속화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야당은 물론 학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쏟아진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이 총대를 메고 조국 장관이 뒤에서 조종하며 야당 겁박에 검찰이 앞장서는 ‘석국열차’가 완성된다”고도 했다. 주광덕 의원은 “사정권한을 이용해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며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수석이 법무장관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굳게 믿지만,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하는 게 중요한지, 어떤 정부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을 준수하고 좋은 관행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라고 언급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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