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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첫 주연 부담스럽지만 내 몫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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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첫 주연 부담스럽지만 내 몫을 할 뿐”

입력
2019.06.27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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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스트’에서 형사 역 맡아 광기 뿜어내 

배우 유재명은 “좋은 작품을 만나는 설렘과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며 “앞으로도 내 선택을 믿고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NEW 제공
배우 유재명은 “좋은 작품을 만나는 설렘과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며 “앞으로도 내 선택을 믿고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NEW 제공

영화 ‘비스트’(26일 개봉)에서 진짜 ‘괴물’은 배우들이다. 실핏줄까지 제각각 살아서 펄떡거리는, 그야말로 짐승 같은 연기로 관객들을 집어삼킨다. “인간에 내재된 야수성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예요. 제가 봐도 지독하고 처절하더군요.”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재명(46)이 들려준 관람평은 고스란히 그 자신에게도 해당한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와 그 사실을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가 팽팽히 대치하며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냉철한 원칙주의자인 민태는 자신보다 늘 한 발 앞서는 한수를 제칠 기회를 포착하고 마침내 숨겨둔 발톱을 드러낸다. 그가 왜 한수에 열등감을 느끼는지, 둘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제시되지 않지만 유재명은 일그러진 눈빛과 숨소리로 납득시킨다.

“민태는 지독하리만치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고 봤어요. 누구와도 교감하지 않아요. 그래서 독단에 빠져 있죠. 민태가 파국으로 돌진하는 이유를 찾다가 깨달았어요.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것을요. 민태는 그냥 그런 사람인 거예요. 결국엔 인간 본성의 밑바닥에 다다르게 되죠. ‘비스트’는 ‘누가 괴물이냐’는 물음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 ‘당신은 누구냐’고 질문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불친절한 서사에 오히려 자극을 받아 카메라 앞에 섰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라 연기에 오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숱한 정답들 사이에 길을 내는, 다른 차원의 연기가 필요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캐릭터인데 왜 출연했을까. 잠시 번민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그 고통을 감내하고 즐겨야 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죠.”

유재명의 명연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싶다. NEW 제공
유재명의 명연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싶다. NEW 제공

이성민과 유재명의 연기 호흡은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다. 유재명은 “이성민 선배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민태를 어떻게 표현할지 확신을 갖게 됐다”며 “서로 미리 맞춰 보지 않고 직감으로 찍은 장면도 많았다”고 했다.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실력으로 40대에 주연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에서도 두 배우는 꼭 닮았다. ‘비스트’는 유재명에게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다. “주연이라는 말이 참 부담스러웠는데 ‘내게 주어진 몫을 하는 것뿐’이라고 마음 먹으니 편해졌어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저예산이든 단편이든, 좋은 작품을 만나는 쾌감, 기분 좋은 떨림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죠.”

부산에서 극단을 창단해 배우이자 연출가로 20년간 무대만 바라보며 살았던 유재명은 7년 전 서울로 올라왔다. 작은 배역부터 시작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 동룡(이동휘) 아빠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최근에는 tvN ‘비밀의 숲’(2017)과 JTBC ‘라이프’(2018), tvN ‘자백’(2019), 영화 ‘명당’(2018) 등 주로 주연급 역할이 그에게 맡겨지고 있다. 그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배우인데 부산에서 연극하던 시절 다져진 밑바탕 덕분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그를 찾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반기에 영화 ‘나를 찾아줘’ ‘만월’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만간 유아인과 함께 새 영화 ‘소리도 없이’ 촬영을 시작한다. 과부하에 가까운 스케줄이지만 그는 “딱 3일이면 재충전이 된다”고 했다. “목욕탕 다녀와서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한 뒤, 설렁설렁 동네를 산책하고, 술 한잔 마시고 잠들면 돼요. 얼마 전 캠핑 용품을 샀는데 한 번도 써 보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네요. 하하.”

유재명의 연기에 반한 팬덤도 있다. 넷플릭스로 그의 출연작이 소개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종종 해외 팬의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팬들이 저더러 예쁜 옷 좀 입어 달라고 해요. 제가 보답할 방법이 없으니 그거라도 하고 싶어요.”

연극하던 시절 만난 연출가 후배와 지난해 결혼한 유재명은 8월에 아빠가 된다. 아내는 연출가다운 시선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조언해 주는, 최고의 지원군이다. 아이가 자라면 가장 먼저 보여 주고 싶은 출연작이 무엇이냐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이가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 빨리 찍어 둬야겠네요. 아이 눈으로 보기에도 재미 있는 영화를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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