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검단먹거리타운에 있는 한 식당 앞에 매장 내에서 생수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환직 기자

26일 오전 인천 서구 왕길동 검단먹거리타운 인근에 있는 한 생과일 주스 전문점. 매장 안팎엔 ‘수돗물 사태로 인해 모든 음료를 생수를 사용해 만들고 있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라는 안내문이 여러 장 눈에 띄었다. 실제 매장에선 정수한 수돗물이 아닌 페트병에 담긴 생수로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주변의 상황 또한 비슷했다. 인근 식당과 빵집에도 ‘매장 내 생수를 제공하며 가게 수전은 필터를 장착해 사용 중입니다’라거나 ‘안심하고 드세요. 생수를 사용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한 상인은 “(수돗물 사태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라며 “수돗물 대신 생수를 쓰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한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주민뿐 아니라 상인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계속된 수돗물 정상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수돗물을 마실 수 없는 수준인데다 피해보상 방안과 기준 마련도 지연되면서 지역 민심은 들끓고 있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서구와 중구 영종지역에서 적수 사태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3만3,051건에 이른다. 붉은 수돗물 신고가 2만3,581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피해 보상 8,224건, 기타 1,246건 순이었다.

환경부와 인천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함께 구성한 수돗물 정상화지원반은 이달 18일부터 배수지, 송수관로 등 수돗물 급수계통에 대한 청소 및 이물질 제거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지만 일부 지역 수돗물은 아직도 먹는 물 수질 기준에 미달됐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등이 참여한 수돗물 안심지원단이 전날 공개한 2차 수돗물 수질 검사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24일 강화배수지와 심곡도서관에서 채수한 수돗물은 탁도가 각각 0.59NTU, 0.79NTU로 먹는 물 수질 기준(0.5NTU)을 초과했다. 안심지원단 측은 저수지 청소 미실시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4일 인천 서구청 재난상황실에서 열린 ‘수돗물 정상화 민ㆍ관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는 앞서 피해 주민들에게 상·하수도요금 면제와 생수 구입비 등을 실비로 지원하는 보상방안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는 아직까지 조율 중이다.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겐 융자특례보증 지원 방안만 정해졌다. 문제는 붉은 수돗물 사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피부질환 및 위장염과 같은 질환이나 예약 취소에 따른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 등은 객관적인 피해 입증이 어렵다는 데 있다. 이번 수돗물 사태로 1만가구와 유치원 및 초·중·고교 160곳이 피해를 봤다. 피부질환 등을 호소하는 주민도 24일 기준으로 137명에 달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붉은 수돗물 사태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서구와 중구 영종도 지역 주민 단체는 박남춘 인천시장, 홍인성 중구청장 등에 대한 주민소환까지 검토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미 김모 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함께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24일 열린 서구 수돗물 정상화 민·관 대책위원회(전 민·관 합동조사반) 회의에서 전문가, 주민 등이 참여하는 피해보상소위원회를 만들어 서구와 영종지역 피해 보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논의하고 정하기로 결정했다”라며 “27일 열릴 다음 회의에서 피해보상소위 위원들의 추천도 받을 예정이어서 조만간 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역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