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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에 투자… 정책 틈새 메우는 사회적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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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에 투자… 정책 틈새 메우는 사회적금융

입력
2019.06.27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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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스며든 사회적경제] <하> 상생ㆍ나눔이 뿌리 내리려면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느린 학습자’. 지능지수(IQ)가 71~84 사이로 지적장애(IQ 70 이하)와 비장애의 경계선상에 놓인 아동들이다. 학습부진과 사회부적응, 정서 불안, 따돌림 문제를 겪기 쉽다. 장애가 아닌 만큼 특수교육 등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탓이다. 손놓고 있다가 지적장애로 악화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가족의 돌봄조차 받지 못하는 아동복지시설의 경계선지능아동들은 퇴소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비율이 일반 아동의 15배가 넘는다. 차후 막대한 비용은 물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2016년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경계선지능아동 100여명에게 정서 치유와 지적능력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사회성과보상사업(Social Impact BondㆍSIB)’ 방식을 도입해서다. 이 사업은 시가 세금을 들여 하는 복지사업이 아니다. 민간투자자들의 투자를 받는다. 일정 기간 이후 사업의 성과를 평가한 후 목표를 달성하면 시가 투자 원금과 인센티브로 보상해주는 식이다. 사업이 성공했을 때만 예산이 집행되기에 시 입장에서는 안 되는 정책에 세금을 낭비할 일이 없다.

이처럼 더 많은 수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좇는 금융 혁신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이른바 ‘사회적금융’이 정책의 틈새를 메우고,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경계선지능아동 대상 사업의 총괄운영기관인 팬임팩트코리아의 곽제훈 대표는 “경계선지능아동은 기존 정책 대상이 아닌 만큼 SIB를 통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지원을 받을 길이 없다”며 “최소한 이들의 문제를 알리고 차후 사업 효과가 검증되면 일반 정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3년간의 사업기간이 끝나는 오는 8월 이후 성과를 평가해 대상 아동의 33% 이상이 목표한 수준으로 개선되면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는다. 42% 이상 개선되면 원금에 추가 인센티브가 붙는다.

돈이 제대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기금 조성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일반 기업과는 달리 이들 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등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저성장의 대안으로 주목 받으면서도 대세가 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시가 사회적금융기관에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면 이 기관이 모집한 민간자금을 합쳐 사회적경제 기업에 연 3%의 저리로 최대 8년간 융자해 주는 구조다. 이 기금을 통해 최근 6년간 426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조완석 시 사회적경제담당관은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사업에 융자나 투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 주는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 기업 성장의 마중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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