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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공중 화장실에서 칫솔 양치하는 한국인에 깜짝 놀라”

입력
2019.06.27 04:40
수정
2019.06.27 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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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호찌민기술대학교(HUTECH)에서 열린 제2회 베트남 중등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 수상자들이 임재훈(뒷줄 왼쪽 여덟 번째) 호찌민총영사, 김태형(오른쪽 다섯번째) 한국교육원장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호찌민기술대학교(HUTECH)에서 열린 제2회 베트남 중등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 수상자들이 임재훈(뒷줄 왼쪽 여덟 번째) 호찌민총영사, 김태형(오른쪽 다섯번째) 한국교육원장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대도시에서 의상, 헤어, 화장 스타일을 한국인처럼 하고 다니는 베트남인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 내지는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들이다. 지난 22일 호찌민기술대(HUTECH)에서 열린 ‘제2회 중등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그들의 이러한 속내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였다. 치열한 경쟁의 예선전을 뚫고, 학교 대표로 본선에 출전한 13명의 중ㆍ고교 학생들이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 눈에는 독특한 문화 

[저작권 한국일보]베트남인들이 현재 배우는 외국어는.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베트남인들이 현재 배우는 외국어는. 김경진기자

예상 밖으로 에스컬레이터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의 매력으로 많이 언급됐다. 투덕 고등학교의 푸엉 니(17)양은 “재미있는 한국문화 중 하나가 빨리빨리 문화”라며 한 칸에 한 명씩, 한 줄로 타는 ‘에스컬레이터 문화’를 꼽았다. 그는 “바쁜 사람들이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한 한국인들의 배려이자 바쁜 일상 속의 현명한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에서는 줄을 비워놓지 않고 보통 한 칸에 두 사람이 선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 요소로 나타났다. 하지만 베트남 청소년들에게는 달리 비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응우옌 후에 고등학교의 홍 니(17)양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서 제일 신기했던 장면이 한 줄로 선 에스컬레이터였다”라며 “배려와 양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에서 양치질하는 한국인의 모습도 그들 눈에는 재미있는 장면. 푸엉 니는 “한국인들은 식사 후 항상 양치질을 한다”라며 “특히 점심 식사 후 공중 화장실에서 양치질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낮엔 주로 구강 청결제나 껌을 이용하고 칫솔은 집에서만 사용한다.

대회 중반부에 열린 베트남 학생들의 K팝 공연.
대회 중반부에 열린 베트남 학생들의 K팝 공연.

 ◇먹방, 한국 음식 확산 채널로 자리 잡아 

폭풍 성장기의 청소년들이어서 그랬는지 대회에서는 먹거리, 한국 음식에 대한 높은 관심이 표출됐다. 베트남에서는 유튜브 등을 통한 ‘먹방(음식 먹는 장면을 담은 방송)’과 TV 드라마가 한국 음식 홍보에 큰 역할을 한다.

빈터 중학교의 빈 푸엉 응이(15)양은 “한국 하면 K팝밖에 몰랐는데, 먹방을 통해 다양한 한국 음식을 알게 됐다”며 “특히 계절 음식과 길거리 음식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응이양은 “추운 겨울 한국을 찾아 길거리에서 입김을 불며 호떡을 먹겠다. 그러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될 것 같다”며 들썩이기도 했다. 그는 여름에는 한국 냉면을 먹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대회에 나선 베트남 청소년들은 ‘김치의 종류가 100가지도 넘는 김치의 나라’, ‘김치 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소개하는가 하면 “돼지의 발이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가”라며, 외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족발 요리 경험담도 쏟아냈다. 먹방에서 소개된 전주비빔밥, 짜장면, 떡볶이 등 다양한 한국 음식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호찌민기술대학교(HUTECH)에서 열린 제2회 베트남 중등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중간 휴식시간에 K팝 공연이 펼쳐지자 학생들이 열광하고 있다.
호찌민기술대학교(HUTECH)에서 열린 제2회 베트남 중등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중간 휴식시간에 K팝 공연이 펼쳐지자 학생들이 열광하고 있다.

계절별로 먹는 다양한 음식과 뚜렷한 사계절, 사시사철 달라지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한국의 주요 매력으로 꼽혔다. 한 참가자는 “한국을 찾은 부모님이 가을 풍경 사진을 너무 많이 찍은 나머지, 휴대폰 메모리가 꽉 차버렸다”며 “경복궁, 남산타워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는 참사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글 배워보니 생각보다 쉬워 

[저작권 한국일보]베트남 한국어능력시험(TOPIK)지원자. 김경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베트남 한국어능력시험(TOPIK)지원자. 김경진 기자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답게 한국의 매력으로 한글을 꼽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생각보다 쉽더라’는 이야기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응우옌 흐 후언 고등학교의 도 바오 안(17) 양은 “독특하게 생긴 글자인데다 쓰는 순서도 복잡하지만 자ㆍ모음 24개를 외우고 나니 모든 한글을 읽을 수 있었다”며 한국이 낮은 문맹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 한글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누가, 왜’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또 한글을 익힌 뒤 “한 자 한 자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니 양은 “고등학교 입학해서야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초급반이지만, 아이돌 스타들의 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생각보다 배우기 쉬웠던 한국어 학습 경험을 공유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존댓말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며 “친절하면서도 감사의 말을 많이 쓰는 모습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땀 푸 고등학교의 마이 투이(18)양은 “서울에 가면 한복을 입고 경복궁과 광화문을 구경할 것”이라며 “그곳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말 배우기가 예상보다 쉽다는 인식이 확산한 덕분인지, 지난해 베트남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는 2만3,939명으로 전년(2만8,468명) 대비 29% 늘었다. 한국어는 베트남 내에서 영어와 일어 중국어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배우는 외국어다.

한 학생이 ‘한국의 매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함께 항공료를 포함한 충남대 1개월 어학연수권이, 최우수 2명에는 기숙사비를 포함한 경북대 1개월 어학연수권이, 2명의 우승자에게는 300만동(약 15만원) 상당의 상품 등이 전달됐다. 그 외에도 참가자,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이 주어졌다.
한 학생이 ‘한국의 매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함께 항공료를 포함한 충남대 1개월 어학연수권이, 최우수 2명에는 기숙사비를 포함한 경북대 1개월 어학연수권이, 2명의 우승자에게는 300만동(약 15만원) 상당의 상품 등이 전달됐다. 그 외에도 참가자,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이 주어졌다.

대회를 주최한 호찌민한국교육원 김태형 원장은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어의 베트남 진출은 늦었지만, 그들과 달리 K팝, 드라마,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한류’ 도움 덕분에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된 한국의 매력들을 적극 활용한다면 한국어 보급이 보다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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