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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임 몰아주고, 비용 안 챙기고… 교육부 소송 난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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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임 몰아주고, 비용 안 챙기고… 교육부 소송 난맥

입력
2019.06.27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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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간 85건 승소 소송비 회수 가능했지만 청구 안 해 혈세 낭비 

 한민ㆍ서남대 등 사학비리 소송 후 방치 ‘사학 봐주기’ 의혹 

교육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교육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교육부가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서 승소해 놓고도 상대방에게 받아야 할 소송비용을 제때 청구하지 않아 사실상 거액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소 사건 상당수는 교육 당국 처분에 불복한 사학재단이 제기한 행정소송이어서 교육계 이해관계자 사이의 ‘봐주기’관행에서 비롯된 비리의 굴레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더구나 교육부 소송 사건의 대부분을 송무 담당 공무원의 친구인 변호사가 싹쓸이하는 것으로 드러나 국가송무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한국일보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교육부 소송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85개 송사에서 최종 승소하고도 소송 비용을 청구하지 않아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소송비용 회수업무 부적정’ 통보를 받았다. 민사 사건에서는 선고 직후 승소한 측이 패소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요구하는 ‘소송비용 확정 결정 신청’ 재판을 내는 게 통상 절차인데 교육부가 이를 무시한 것이다. 교육부가 85개 소송에 들인 비용은 모두 10억5,900여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회수할 수 있는 비용만 4억1,700여만원에 달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송비용 청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가 소송비용을 회수하지 않은 사건의 상당수는 사학재단이 교육당국의 감사 결과와 행정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었다. 조준상 전 한민대학 총장 소송이 대표적이다. 조 전 총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민족세계선교원 소유의 토지를 한민족학원이 헐값에 매입하는 데 관여한 혐의(배임)로 2010년 8월 기소됐다. 이에 교육부가 조 전 총장의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리자 조 전 총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교육부가 승소했지만 판결 이후 3년 가까이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아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았고, 여전히 비용회수를 완료하지 못했다.

2018년 교육부가 승소한 사건의 소송비용 처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2018년 교육부가 승소한 사건의 소송비용 처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설립자 이홍하 전 이사장의 교비 횡령 등 사학비리가 적발된 서남대 관련 소송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학교에 폐쇄 명령을 내리자 교수협의회 등이 불복 소송을 냈는데, 교육부는 이를 중요 사건으로 판단해 통상 사건보다 훨씬 많은 5,000여만원의 소송비용을 들인 끝에 지난해 6월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육부 당국은 소송비용 회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지적을 받은 뒤 교육부가 뒤늦게 소송비용 회수에 나섰지만 실적은 저조했다. 교육부는 ‘회수 가능한 소송비용보다 송달 비용이 더 든다’는 등 이유로 24개 사건의 경우 아예 회수를 포기했다. 나머지 사건에서 법원이 회수해야 한다고 판단한 액수는 2억6,600만원이었지만 5월말까지 실제 회수된 비용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1억2,000여만원이었다.

더구나 교육부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뒤에도 소송비용 회수에 소극적인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별도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45개 사건에서 승소를 확정했지만 회수 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단 4건에 불과했다. 본보가 취재가 들어가자 부랴부랴 검찰청에 결재를 올려 회수지휘를 받기도 했다. 이들 소송을 이기기 위해 교육부가 세금에서 쓴 비용은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을 포함해 약 3억6,600여만원이다.

정부가 소송 당사자가 되는 국가송무뿐 아니라 일반 송사에서도 승소한 사건의 소송비용 회수를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교육부가 사학재단의 편의를 봐주는 차원에서 소송청구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행정소송에 밝은 서초동의 중견 변호사는 “특정 분야의 소송 업무를 오래하다 보면 대부분 한두 다리 건너 아는 사이가 된다”며 “소송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심리에서 눈먼 돈을 챙기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가송무 절차 및 규정에 따르면 정부 부처가 승소한 사건의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5년 이내에 회수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때문에 2013년 이후 사건의 경우에는 소극적인 비용 회수 노력을 ‘모럴해저드’ 정도로 비판할 수 있지만 2012년 이전 사건의 경우에는 불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송무담당 공무원이 1명이다 보니, 업무 정체가 있었던 것이지 사학재단을 봐주려 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중견 법조인은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하라고 명시한 재판부의 주문 역시도 법원의 판결이자 명령”이라며 “명확한 이유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법원 결정을 어긴다는 것은 사법정의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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