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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ㆍ마트 입점… 판로 확대로 접근성 높이는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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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ㆍ마트 입점… 판로 확대로 접근성 높이는 사회적경제

입력
2019.06.27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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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스며든 사회적경제] <하> 상생ㆍ나눔이 뿌리 내리려면

제주공항 내 JDC면세점에 입점한 이치 매장. JDC면세점 제공
제주공항 내 JDC면세점에 입점한 이치 매장. JDC면세점 제공

지난 18일 오후 제주공항 내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면세점 내 ‘이치’ 매장. 지갑, 가방 등 소재의 질감을 활용해 세련되게 디자인한 패션 잡화들이 6.6㎡ 매장의 판매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이치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판로 다각화로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면세점에 입점시킨 첫 사례다.

이치에는 △어린이ㆍ빈민층 교육 △업사이클링 △공정무역을 주요 가치로 하는 15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딜럽’은 캄보디아 빈민가 아이들의 그림을 다시 디자인해 의류와 액세서리 등에 적용했다. 판매 수익금의 10~40%를 캄보디아 빈민가 아이들의 미술 교육을 돕는데 쓴다.

이날 이치 매장에 들른 김기현(42)씨는 “구입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9,000원짜리 카드지갑을 구입했다.

지난해 12월 JDC면세점에 입점한 이치는 입점 후 5개월 만에 매출액이 267% 증가했다. 올해 1월 매출액은 2,700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7,300만원을 찍은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 감소로 JDC면세점 총 매출이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한 상황에서 급성장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괄목할 성과에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놀라워하고 있다. 유리 판로개척팀장은 “소비자 성향 분석 후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취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약간의 기대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지는 상상 못 했다”고 들떠 있었다.

송정근기자
송정근기자

이치처럼 사회적경제기업에 자생력은 꼭 갖춰야 하는 필수 역량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싶어도 기업으로서 생존하지 못 하면 공염불인 까닭이다. 사회적경제기업 중에서는 창업 한 달 만에 폐업하거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끊기면 바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창업 초기 기업으로 자립하는데 필요한 각종 지원을 받지 못 해 꿈을 접는 사례도 있다.

자생력을 갖추려면 당연히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고 매출액을 늘려야 한다. 해당 기업 제품의 가치와 질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해야 기업으로서 성장하고 그래야 사회적 가치의 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을 뚫으면 사회적경제기업이 자신감이 붙고 새로운 유통 채널을 개척하는 데 채비를 갖추는 부수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판매대에 진열된 이치 매장 제품들. JDC면세점 제공
판매대에 진열된 이치 매장 제품들. JDC면세점 제공

서울 창동 하나로마트 내 공감마켓 ‘정’ 사업은 또 다른 사례다. 이 사업은 사회적경제기업에 수익을 안겨 줄 수 있는 전국 단위 유통매장 판로 개척을 목표로 했다. 중소기업용 정책매장으로 사용하던 지하 1층 300평(990㎡) 매장에는 현재 서울 소재 사회적경제기업 50개사가 입점해 733개 제품을 팔고 있다.

초기에는 암담했다. 201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총 매출 1,000만원을 넘긴 건 7월이었다. 연말까지 제품을 팔 기업 30곳을 유치하지 못했고 지난해 총 매출은 1억원을 겨우 넘겼다. 하지만 올해는 5월까지 누적 매출액이 작년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농협이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지난해 7월 넓은 매장에서 칸막이로 인해 잘 보이지 않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칸막이를 제거한 효과가 컸다. 동선에 맞게 진열대를 재구성하고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지난해와 사뭇 상반된 모습이 연출됐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2016년을 기점으로 민간 판로 지원 사업을 상시 유통채널 입점 지원으로 확장했다. 장터, 사회적경제기업 간 상호 거래, 판로 지원 상담 등의 수준에 그치던 지원사업 대상을 대폭 넓힌 것이다. 이런 노력과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7월에는 롯데홈쇼핑에 사회적경제기업 6곳이 입점했고 지난해 말에는 JDC면세점까지 판로 확대가 가능했다.

유리 팀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 주기에 맞게 다양한 유통 채널에 입점시키고 자생력을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수수료 혜택을 줄여도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는 분명히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제주=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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