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그림 1구미시티투어 버스가 구미역 앞에 도착하자 참가자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산이 좋고 물이 맑으면 재물이 붙는다고 하죠. 금오산은 능선을 따라 낙동강을 품었고 낙동강은 해평들을 낳았다고 합니다. 구미 하면 뭐가 생각나나요? 공업도시죠. 근데 불교와 성리학의 근원지이자 음양이 조화를 이룬 도시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보면 ‘조선 인재의 절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절반은 선산(구미)에 있다’고 했습니다. 회색빛 공업도시에 숨은 진주를 찾아 떠나 볼까요.”

지난달 8일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역 광장 앞 구미관광시티투어버스. 김순열(57) 구미문화관광해설사는 관광객들이 자리에 앉자 마자 구미 자랑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그는 구미는 알고 보면 전국 그 어느 도시보다 숨은 문화유산이 많은 역사의 도시라고 피력했다.

구미관광시티투어버스는 전국 최대의 공업도시 구미가 신라 불교가 처음 도래한 곳이고, 야은 길재, 왕산 허위선생 등 충절의 고장이라는 것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수단이다. 구미문화원이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2ㆍ4토요일 운영한다.

정기 투어로, 매달 둘째 토요일은 인물ㆍ불교문화투어, 넷째 토요일은 유교문화투어로 진행된다. 또 여건에 따라 매달 특정한 날을 정해 전통시장 투어도 실시한다. 단체 신청객을 중심으로 한 수시투어도 있다.

이날 투어는 인물ㆍ불교문화투어 코스. 구미를 대표하는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코스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참가자들이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구미역을 출발한 버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왕산기념관, 죽장사, 신라불교초전지, 선산도리사, 구미역으로 돌아온다. 실제 운행은 당일 현장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첫 번째 행선지는 박 전 대통령 생가다. 박 전 대통령이 1937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생가 옆에는 민족중흥관과 보릿고개 체험관도 있다. 생가에는 박 대통령 추모하는 공간과 당시 그와 그의 가족들이 사용하던 책상, 책꽂이, 호롱불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정치적 논란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꾸준하게 찾는 만큼 빠뜨릴 수 없는 공간이라고 한다.

구미시티투어 참가자들이 왕산허위선생기념관에 들어가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두 번째 행선지인 왕산허위선생기념관은 1855년 구미시 임은동에서 태어난 왕산 허위선생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왕산 선생은 개항기의 의병이자 독립운동가였다. 13도 창의군 총대장으로 1908년 일본 통감부 공격을 위해 선발대 300명을 이끌고 서울진공작전을 지휘했다. 일본군에 붙잡혀 1908년 9월27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그의 가문은 독립운동가를 14명이나 배출한, 일제강점기 5대 항일가문으로도 유명하다. 최기준 왕산허위선생기념관 사무국장은 “안중근 의사께서도 왕산 선생에 대해 ‘허위는 관계(官界) 제일의 충신이다’라고 평할 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큰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왕산허위선생기념관에서 참가자들이 서울 왕산로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항일 의병활동을 하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로 흩어진 왕산의 후손들이 10여년 전 왕산기념관에 모였지만 서로 말이 달라 통역을 써야만 했다는 슬픈 뒷이야기도 전해진다. 최 국장은 “서울에도 왕산선생이 서울진공작전을 펼쳤던 청량리~동대문 약 3.3㎞가 왕산로로 명명돼 있다”며 “구미는 물론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구미 선산 죽장리 죽장사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국보 제130호 ‘선산 죽장리 오층석탑’이 있는 죽장사와 선산중앙시장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 첫 기착지로 도개면의 신라불교문화초전지체험관에 들렀다.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했다는 곳이다.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고구려 출신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에 넘어와 모례라는 사람의 집에 숨어들어 머슴생활을 하며 사용했다는 우물.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도개라는 지명도 ‘불도(道)가 열린다(開)’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도화상이 모례라는 사람의 집에 숨어 머슴생활을 할 때 이용했다는 말이 전해 오는 우물인 모례가정(毛禮家井)이 아직 남아 있다.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 1970년대까지 주민들이 이용했다. 우물에서 100여m거리에 신라불교초전기념관에선 신라시대 의복체험, 승복체험, 식문화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구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한옥체험관과 매주 일요일 사찰음식체험 프로그램, 계절별로 한과, 떡국, 딸기, 인절미, 연등 만들기 등의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림 8신라불교초전기념관 외부 광장에 있는 아도화상의 동상.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이날 마지막 행선지는 아도화상이 세웠다는 도리사가 있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다는, 국내 8대 적멸보궁의 하나다. 템플스테이가 유명하다. 1974년 세존 사리탑 보수공사 도중 금동육각사리함에 있던 진신사리가 발견돼 적멸보궁으로 인정받았다.

0도리사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1신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승려 아도화상이 참선을 하며 수양했다는 바위에 초등학생들이 동전을 올리며 소원을 빌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도리사 서대(犀帶)에서 바라보는 구미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도화상은 이 곳에서 서쪽 황악산을 가리키며 “저곳에 훌륭한 터가 있는데 그곳에 절을 지으면 불교가 흥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 사찰이 직지사다.

2도리사 서대에서 바라본 구미의 모습.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구미시티투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의 많은 관광자원을 보다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테마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넷째 주 토요일에 하는 유교문화 투어는 조선 중기의 학자 장현광과 장경우를 배향한 동락서원, 고려 충신의 삼은(목은 포은 야은)중 하나인 야은 길재 선생의 충절과 학문을 추모하는 채미정, 길재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인 금오서원 등을 문화해설사의 이야기와 함께 접할 수 있다. 또 임하댐 건설로 살던 마을이 물에 잠겨 이주해 온 전주 유씨 집성촌인 일선리 문화재마을과 이 마을에서 진행하는 종가집 슬로우푸드체험여행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시장 투어는 선산중앙시장과 금오산 주차장에서 열리는 금요장터를 방문해 지역 특산품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전통시장이 가지는 왁자지껄함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투어 날짜와 코스를 이용객이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수시투어도 운영한다. 구미의 산업단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 및 근대산업유산 투어와, 구미관광투어, 유교문화투어, 체험관광투어 코스도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및 근대산업유산 투어는 올해 공단 50주년을 맞아 근대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오운여상과 수출탑,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홍보관을 둘러보고, 구미 에코랜드 전망대에서 공단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구미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국가산업단지와 근대산업유산을 둘러볼 수 있는 구미만의 특화 산업관광 코스다. 또 체험관광코스는 농산물수확체험장을 방문해 계절별로 딸기, 감자, 밤, 마늘쫑, 고구마 수확 등을 할 수 있어, 어린 학생과 성인들의 주말농장체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모두 1인당 2,000원이다. 식비와 추가 입장료는 개인 부담이다. 출발 2일전까지 전화(054-482-4452)나 인터넷(www.gumicc.or.kr)으로 신청하면 된다. 출발 당일까지 좌석이 남아 있으면 현장에서 곧바로 탑승할 수 있다.

구미문화원 관계자는 “구미에 볼거리가 없다는 말이 없도록 앞으로도 알찬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며 “문화도시 구미를 만들어가는 첨병 역할을 구미시티투어가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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