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조치, 긴장만 고조될 뿐” 실효성 논란… 이란 “백악관 정신장애” 반발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보호’ 중단 표명도… “각국이 자국 유조선 보호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해당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서 이란 최고지도자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그의 측근들을 ‘대테러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린 것이다. 최근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꺼내든 보복 공습 카드를 일단 철회하는 대신, 최고위층을 타깃으로 압박 강도를 높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 직후 “이란 정권의 적대적 행위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한 명은 최고지도자”라고 밝혔다. 이어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등을 강타할(hard hitting) 제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의 실명을 거론할 때 하메네이의 전임자인 초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1989년 사망)라고 잘못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관료, 최고지도자실을 물질적으로 지원한 사람 등을 미 재무장관이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별도 브리핑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고위사령관 8명도 제재 대상”이라며 수십억 달러의 미국 내 이란 자산이 이번에 동결된다고 밝혔다. 금주 후반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제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번 제재의 목표는 ‘하메네이 쪽으로 향하는 돈줄을 최대한 끊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란 지도자들의 미국 금융 시스템 이용, 미국 내 자산 접근 등을 차단하며, 제재 대상 개인과 유의미한 거래를 하는 이들도 제재를 받는다”고 밝혔다. WP는 “이란 당국자들에 중대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금융기관도 미국의 처벌 대상이라는 뜻”이라며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트럼프 행정부 전략의 일부이자 이란 지도부를 상대로 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이미 이란의 생명선인 원유 수출길을 막은 터라, 이란의 변화보다는 오히려 양국 간 긴장만 고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NYT는 “이란 당국자들은 국제은행에 실질적인 자산이 없거나, 이들 기관을 통해 거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새로운 제재의 추가 압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경제안보센터의 제재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로젠버그는 WP 인터뷰에서 “이번 추가 제재는 경제적으로 유의미하다기보단 거의 상징적”이라며 “군사력 증강, 전면전의 실질적 위협만 시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은 거세게 반발했다.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B팀’은 미국의 이익에 관심이 없고 외교를 경멸하며 전쟁에 목말라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대이란 강경파를 비난했다. ‘B팀’이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의 이름 앞 글자(B)를 딴 표현이다. 이튿날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외교의 길을 영원히 폐쇄한 것”이라고 했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아예 “미국이 이란을 상대하다 좌절했다는 방증”이라며 “백악관은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미-이란 간 우발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각국이 자국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왜 우리가 아무 보상 없이 타국의 선로를 보호해야 하나”라며 “(중국과 일본 등) 이들 나라는 항상 위험한 여정이었던 그곳에서 자국 선박들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절제’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국제 선박 보호를 중단한다는 모호한 위협으로 자신의 강경한 메시지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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