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멋대로 고친 교육부, 담당자는 해외 파견 보내
검찰, 집필자 도장까지 몰래 찍은 교육부 공무원 기소
해당 공무원 의혹 한 달 전 태국 行, 교육부 “절차 상 문제 없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김 전 장관은 지난해 제기된 국정교과서 불법 수정과 관련해 당시 "출판사와 집필자들의 문제"라는 취지로 해명해 윗선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2017년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사회교과서 수정에 불법 개입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한 교육부 공무원들을 최근 재판에 넘긴 가운데, 교육부가 이들을 징계하기는커녕 당사자 중 한 명을 해외 파견까지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파견은 일종의 ‘영전’으로 꼽힌다. 검찰 조사 결과 교육부의 윗선 개입 여부도 드러나지 않아 일각에선 “꼬리 자르기가 아니겠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지난 5일 교육부 과장급 직원 A씨와 장학사 B씨 등 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사문서위조교사, 위조사문서행사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교과서정책 담당과장이던 A씨는 2017학년도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재된 부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만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수정할 경우 정치권 등으로부터 비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A씨는 2017년 9월 B씨에게 “관련 민원이 있으면 (교과서를) 수정하는 데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지인인 교사 C씨에게 “관련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민원을 바탕으로 교과서 수정 작업이 시작됐지만 교과서 집필 책임자인 교수 D씨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칠 수 없다”고 거부하자 다른 교수 등을 자문위원 등으로 위촉해 내용 수정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교과서 수정을 위한 협의회에 D교수가 참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D교수의 도장까지 임의로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D교수의 폭로로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결국 담당 공무원 2명과 출판사 관계자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국장급까지 수사를 벌였지만 (지시 여부 등) 이들의 불법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 역시 국회에 출석해 “출판사와 집필자들의 문제”라며 윗선 지시 의혹에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또 폭로가 나오기 한달 전 A씨를 태국 한국교육원장으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역시 현재 지역의 한 교육청에서 장학사로 근무 중이다. 교육부는 A씨 파견 등에 “(기소가 되기 전 문제로) 과정상의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기소가 결정된 만큼 징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징계 여부를 검토해 (징계 판단 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판 중인 사안인 만큼 재판 결과를 보고 징계 수위도 결정될 것이라는 게 교육부 측 설명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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