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와 마늘 값이 폭락하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평년보다 재배 면적이 늘어난 가운데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면적당 생산량마저 크게 증가하며 수요를 크게 넘어서는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당정은 긴급 회의를 열고 대량 수매를 통한 가격 안정에 나섰다.
◇양파ㆍ마늘값 왜 떨어지나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양파(상품) 1㎏의 도매가격은 435원이다. 1년 전(673원)보다 35.4% 낮고, 최근 5년 평년 가격(782원)과 비교하면 44.4% 폭락한 가격이다. 양파만큼은 아니지만 마늘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국산 마늘(깐마늘ㆍ대서ㆍ상품) 1㎏ 도매가격은 4,690원으로 한달 전(5,398원)보다 13.1%, 1년 전(6,460원)보다 27.4% 하락했다.
양파와 마늘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과잉공급 때문이다. 먼저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2만7,689㏊로 평년(2만3,728㏊ㆍ최근 5년 재배면적에서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후 산술평균)보다 16.7%나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5~2017년 마늘 가격이 상당히 양호해 지난해 재배면적이 늘었고, 그런데도 마늘 값에 큰 변화가 없자 농가들이 올해도 이 정도 면적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기상 여건이 크게 좋아지자 단위 면적당 마늘 생산량이 크게 불어났다. 김창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9~10월 파종을 시작하는 마늘은 겨울에 지나치게 춥고 이듬해 봄에 충분한 일조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량이 저하되는데 올해는 기상조건이 상당히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마늘 생산량이 평년(30만5,000톤)을 크게 웃도는 36만5,000톤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약 6만톤이 과잉 생산된 것이다.
양파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1만8,923㏊로 평년보다 2.2% 늘었다. 여기에 지난 월동기에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고 4월 이후 기온(18~24℃)과 강수량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며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불어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양파는 기상여건과 강수량에 따른 생산량 변동 폭이 마늘보다 훨씬 크다”며 “올해 양파 작황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양파 생산량이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158만톤)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정, 마늘 수매량 3배로 늘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즉각 수급조절에 나섰다. 당정은 이날 오전 ‘2019년산 마늘 수급 안정대책 당정협의’를 열고 “마늘 총 3만7,000톤을 산지 출하 때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마늘 1만2,000톤을 수매ㆍ비축할 계획이었으나, 이 정도로는 마늘 값이 안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격리 물량으로 2만5,000톤을 추가한 것이다. 이창철 한국마늘산업연합회 회장(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조합장)은 “당초 정부안보다 훨씬 더 진전된 대책”이라며 “예단하긴 어렵지만 이번 대책으로 가격이 조금 오르지 않겠느냐 하는 희망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양파는 이날 당정 협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달 정부는 양파에 대해서도 농협과 함께 2만6,000톤을 추가 수매ㆍ비축하는 긴급 출하 안정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양파 농가들은 수매 물량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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