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배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피스컵’ 국제배구대회에서 서로를 상대로 나란히 1승씩을 챙겼다. 남성은 북한이, 여성은 남한이 이겼다.
남한 수원시청 여자 선수단은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스포츠 퍼르타미나(Sports Pertamina) 경기장에서 북한 425체육단을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물리쳤다. 북한은 등 번호 14번 막내 박설경(16)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졌으나 남한의 속공과 탄탄한 조직력 앞에 무너졌다. 림재성 북한 선수단장은 “남성은 425체육단 1조(주전)이고, 여성은 2조라서 아무래도 실력 차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남북 여성팀은 각 2위, 4위를 기록했다. 우승컵은 베트남이 차지했다.
이어 북한 남성팀은 대회 마지막 상대인 인도네시아에 세트스코어 3대 1로 졌다. 전날엔 남한 화성시청 선수단을 상대로 접전 끝에 역전승했다. 대회 트로피는 인도네시아(2승)가 거머쥐었다. 북한은 2위(1승1패), 남한은 3위(2패)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 남성은 남한과 북한, 인도네시아 3개국이, 여성은 베트남 포함 4개국이 출전했다.
아시안피스컵은 인도네시아국가체육위원회(KONI)가 남북 화합을 염원하며 개최한 대회다. 6ㆍ25전쟁 69주년인 이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 학생 140여명과 한인 동포들, 인도네시아 응원단 30여명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 아래 한 목소리로 남북을 동시 응원했다.
안광일 인도네시아 주재 북한 대사도 이날 북한 남성팀 경기에 앞서 깜짝 방문해 경기를 응원했다. 김창범 주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 인도네시아에서 남북이 함께 뛰는 모습을 통해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가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대사는 “지금 체육이 얼마나 중요한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경기 직후 안 대사는 “이런 체육 활동과 온 민족의 하나된 응원이 북남 화합에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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