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요원 작전구역 아냐” 면죄부… 軍 익명 브리핑서도 누락
해양경찰 관계자가 지난15일 오전 6시50분쯤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채로 발견된 북한 목선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질문하고 있다. 독자제공=뉴스1

북한 목선이 강원 삼척항 정박 전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을 때 복수의 육군 지상감시레이더가 목선을 포착했지만 보고가 누락된 정황이 드러났다. 목선 발견 직후 해상ㆍ해안 경계작전의 문제점을 점검했던 군 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서둘러 면죄부를 준 것은 물론이고 백그라운드(익명) 브리핑에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지 않았다.

25일 복수의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기 위해 이동하기 전 육군의 지상감시레이더 두 곳에서 목선을 포착했다. 목선의 정지 지점 및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작전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A 지상감시레이더에는 희미한 하얀 점이 깜박깜박하는 모습이 포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육군 요원은 인근에서 이동 중이던 선박이 선명한 흔적을 남긴 것과 비교한 결과, 해당 점을 파도의 반사파로 판단했다.

이는 목선 발견 후 이틀이 지난 17일 실시한 익명 브리핑에서 군이 설명한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당시 질의응답에서 군 당국은 1.5~2m였던 파고(파도 높이)보다 낮은 목선의 크기(1.3m), 어선의 재질이 목재인 점 등을 들어 식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당시 인근 작전구역을 맡은 B 지상감시레이더가 북한 목선을 선명하게 포착했던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B 지상감시레이더 담당 요원은 미확인 선박의 존재를 명확히 식별했지만 자신의 책임 작전구역 바깥이라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다. A 지상감시레이더에서는 식별이 어려워도 다른 각도에서 비춘 B 지상감시레이더에는 선박으로 식별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난 15일 목선 귀순 당일부터 1박 2일간 현지에 내려가 경계작전의 문제점 등을 살핀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도 이런 사실을 포착했지만 해당 요원의 작전구역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해안 경계에 구멍이 뚫린 것인데도 묵인하고 넘어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17일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감춘 채 “감시시스템 측면에서 중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걸 최적화해 나가고, 감시요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사례 교육을 강화하고 인력 확충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대국민사과 후 구성한 합동조사단(단장 이순택 감사관)도 이런 정황을 포착, 경계작전 실패의 경위 및 익명 브리핑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과정을 살피고 있다. 조사단이 당초 합참과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을 대상으로 26일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었다가 조사 기간을 연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군 관계자는 “조사 대상부대와 확인할 사항들이 추가로 식별돼 합동조사단의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7월 2일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 현안보고 자료에서 북한 목선 귀순과 관련해 “상황파악, 전파, 구조, 합동정보조사, 대북 송환, 언론보도 등 전 과정에 대한 정부 차원 대응 매뉴얼을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현안보고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15일 오전 7시 10분쯤 해양경찰청의 상황보고를 통해 처음으로 북한 선박 관련 상황을 인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선원 2명이 송환된 사실을 기자들에게 밝히면서 “선장의 동의하에 배를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이후 선박이 여전히 동해 1함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관련 매뉴얼에 따라 ‘선박포기동의서’를 받은 후 보관기관에서 폐기 처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요지로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제 폐기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브리핑한 것은 표현상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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