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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우려 낮은 기저귀 일반폐기물로… 소각시설 확충 대책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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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우려 낮은 기저귀 일반폐기물로… 소각시설 확충 대책은 없어

입력
2019.06.26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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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국내 의료 폐기물 연간 발생량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의료 폐기물 연간 발생량_신동준 기자

정부가 감염우려가 낮은 환자의 일회용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하기로 했다. 현재 병원에서 나오는 모든 일회용기저귀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전용처리시설에서만 소각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위험도가 낮은 일회용기저귀는 따로 분리해 일반소각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고령화와 요양병원 증가로 의료폐기물은 급증하는데 전용소각시설은 크게 부족해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병원들의 숨통을 터주려는 묘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감염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데다, ‘의료폐기물 대란’의 핵심인 전용소각시설 부족에 대해서는 여전히 뾰족한 수를 내놓지 않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나오는 환자의 일회용기저귀 중 일부를 의료폐기물 분류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26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 한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감염병 환자 등에서 배출되거나 혈액이 묻은 일회용기저귀만이 의료폐기물로 분류될 예정이다. 다만 기저귀를 매개로 감염될 우려가 없는 병은 환경부장관 고시로 적용 감염병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황열, 말라리아 등 일부 감염병 환자의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염우려가 낮은 기저귀는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돼 일반소각시설로 보낼 수 있게된다. 다만 안전을 위해 보관ㆍ운반과정에는 의료폐기물에 준하는 기준이 적용된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분류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면 전용소각장의 부하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의료폐기물 처리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12만5,400톤이었던 국내 의료폐기물은 2017년 21만9,000톤으로 7년만에 약 2배로 늘어나는 등 급증세다. 전국 13개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현재 최대소각가능용량(24만6,000톤)의 90% 수준을 처리하고 있는 과부하 상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환자 대부분이 기저귀를 사용하는 요양병원은 폐기물 처리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로 급성질환이나 응급 환자가 입원한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폐기물 중 일회용 기저귀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환경부가 불시검문할 때 화장실에서 기저귀나 생리대가 발견되면 많게는 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냈는데 법이 개정되면 이런 일이 없어져 다행”이라면서도 “폐기물 처리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생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감염병 환자가 아닌 일반환자가 사용했던 기저귀라도 세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환자들의 소변과 분변을 채취해 세균보유 유무를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기저귀가 일반폐기물로 처리될 경우 이송 및 소각과정에서 다제내성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다제내성균은 일반적으로 4종류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병균으로, 다제내성균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의 경우 내성률이 최대 90%에 달해 한 번 감염될 경우 항생제에 의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소각시설부족이라는 근본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폐기물 분류체계부터 손본다는 입장이지만 처리가능용량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처리속도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각기 다른 소각장에서 태우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의료폐기물만 전문적으로 태우는 소각체계가 시행된 지 약 20년이 됐지만 고령화라는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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