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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필자 몰래 교과서 고쳐 쓴 교육부, 朴 정권 무리수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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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필자 몰래 교과서 고쳐 쓴 교육부, 朴 정권 무리수 잊었나

입력
2019.06.2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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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과장급 직원과 장학사 등이 집필자 동의 없이 2017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수정, 직권남용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교과서 정책 담당인 이 과장은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 내용 일부의 수정을 집필 책임자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다른 교수와 교사 등으로 자문위 등을 꾸려 수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 집필 책임자가 협의에 참석한 것처럼 회의록을 조작하고 해당 교수 도장까지 임의로 찍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정권에서 발행된 교과서 내용 중 현 정권의 인식이나 정서와 동떨어진 일부 내용을 교육부 당국자가 나서서 고치려다 벌어진 무리수로 보인다. 교과서 발행에는 엄연히 정해진 절차가 있는데도 그것이 집필 책임자의 거부로 불가능해지자 꼼수와 불법을 동원한 것이다. 사안의 비중은 다르지만 지난 정권이 교사와 역사학자들은 물론 사실상 전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국정교과서 발행을 강행하면서 벌인 억지와 불법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수정 내용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꾼 것은 의미를 분명히 기술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유신체제’ ‘유신 헌법에 따른 통치’라는 표현을 ‘유신독재’로 고치거나 ‘5ㆍ16’에 대한 설명을 쿠데타의 의미가 드러나게 바꾼 것도 역사적 의미를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 서술을 보강한 것은 초등 교과서라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파장을 생각하면 개악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내용이 타당하더라도 절차상 불법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조사대로라면 교육부가 기획ㆍ주도한 이 작업에 대해 지난해 김상곤 당시 교육부 장관은 집필자와 발행사가 논의해 수정 요청해온 것을 고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누가 봐도 법규를 어기며 진행된 작업을 윗선의 지시 없이 실무자들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 전 장관등 윗선 개입 여부까지 철저히 밝혀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되는 교과서 편찬을 둘러싼 구태를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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