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대학생이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1ㆍ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주취폭력’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판결이라는 평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이모(26)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청주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이씨는 2017년 12월 충북 청주시 한 빌라 건물 복도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얼굴을 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사건 당일 저녁 후배 2명과 소주 8병을 마신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재판에서는 △이씨가 상대방이 경찰공무원임을 알았는지 △경찰관이 공무집행중임을 알고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쟁점이 됐다. 1ㆍ2심은 이씨가 사건 당시 만취 상태여서 경찰이 공무집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1ㆍ2심 재판부는 “이씨가 당시 속옷만 입고 있었고 겨울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만취해 정상적 판단 또는 행동이 전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 경찰관은 정복을 입고 있었고, 경찰을 폭행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될 수 있다고 고지하자 다소 진정하기도 했다”며 “경찰관을 때릴 당시 인사불성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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