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원전 정비 5년 단기 계약 그쳐… 운영 전과정 ‘통수주’ 예상도 빗나가 
 한빛1호기 열출력 급상승 사고는 ‘人災’…“탈원전 정책에만 매몰된 결과” 지적도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함께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비 사업을 우리 업체들이 수주했지만, 계약 범위ㆍ기간에서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반쪽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발생한 전남 영광군 한빛 원전 1호기의 열출력 급상승 사고는 계산 오류, 무자격자의 제어봉 조작 등 기본적인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정부와 정치권이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사이 ‘원전 강국’을 자부했던 한국의 기술력과 안전 수준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한수원ㆍ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이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 에너지’와 5년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정비계약에 따라 우리 업체들은 바라카 원전의 한국형 원자로 APR1400 4개 호기의 유지보수와 공장정비를 수행하게 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한국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했다”며 “5년간 총액 계약이 아닌 단가 계약의 형태이지만 계속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서 10년, 15년, 30년, 더 이상의 협력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당초 한수원이 전체 사업예상 기간(10~15년)의 단독 수주를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미흡한 계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우리 업체와 경쟁했던 미국이나 영국 업체가 바라카 원전의 정비 사업을 추가로 맡을 가능성도 있어, 단독 수주시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계약 금액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원전 개요. 그래픽=송정근기자

때문에 이번 수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성 장관은 “원전 건설뿐 아니라 운영, 설계, 연료, 정비 등 원전 운영 전 과정에 걸쳐 UAE와 협력을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언젠가는 한국에 원전이 없어지는데 UAE는 여전히 원전을 운영해야 상황이 됐다”며 “그런 위험 관리차원에서 UAE가 장기적으로 한국 없는 원전 운영을 고려한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과 기술력 입증에 필수인 안전에도 빨간 불이 커졌다. 원자로 출력이 갑자기 치솟아 수동으로 정지됐던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재가동 준비 과정 중 안전을 위해 필요한 기본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원안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빛 1호기 관계자들은 열출력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갔음을 인지했는데도 이를 즉시 안전규제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열출력이 치솟아 만약 핵연료가 손상된다면 방사능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 또 한빛 1호기 관계자들은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원자로 제어봉 조작을 무자격 직원에게 맡겼고, 조작의 근거가 되는 계산마저 오류를 범했다. 원자로 운영 핵심인력인 운전원들은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았고, 교대근무 중 중요 사안에 대한 인수인계조차 허술했다. 모두 원자력안전법이나 한수원 자체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원자력 안전규제 주무 부처인 원안위가 이번 사태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열출력 상승 시점은 5월 10일 오전 10시 31분이었는데, 원안위가 수동정지를 지시한 건 무려 약 11시간이나 지난 오후 9시 37분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전을 둘러싼 상황들이 탈원전 정책에만 매몰돼 있어 안전에 소홀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원자력 관련 대학 교수는 “안전과 규제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라며 “원안위 역할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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