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혁신 필요성 공감하나 경쟁력 담보돼야” 고민 깊어 
 이해찬, 당선 가능지역 공천 요구에 “억지로 할 수 없어” 
이해찬(앞줄 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총선 승리를 위한 여성당당 선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여성 공천 30%’ 규정을 두고 지도부와 여성 당원간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여성 당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30%를 여성에 할당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총선 승리를 우선한다면 확답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 평등 실현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추려면 여성 공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여성 공천 확대가 총선 승리를 담보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 총선 승리를 위한 여성당당 선포식’을 개최했다. 여성 공천 30%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이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박광온ㆍ박주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에 가까운 여성 당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역구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는 것은 물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3선 의원인 김상희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장은 “내년 총선은 차별 없는 평등시대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여성 정책이 결실을 맺는 매우 중요한 해”라며 “지역구 여성 공천 30%를 너끈히 달성해 2020년 총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자”고 강조했다. 신경아 한국여성학회장은 더 나아가 “당선 가능한 지역에 공천을 줘야 한다. 이걸 지도부가 반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여성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우리가 힘을 보여주니 이 대표께서 압박을 느낀 것 같다”며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 달리 “억지로 할 수는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앞장 서 실천한 정당인 만큼 당헌에 명시된 여성 30% 공천도 최대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여러분들을 보니 30% 룰을 안 지키면 큰일이 날 것 같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다만 이 대표는 “당에서 지키도록 최선은 다할 텐데, 실제 당선될 인재를 많이 발굴해야 지킬 수 있다”며 “억지로 30%를 채우기 위해 할 수는 없다. 시간이 많으니 여러 사람을 접촉해 30%를 함께 채워나가자”고 말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여성의 득표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보다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을 뽑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당 지도부가 노력은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건 공천 혁신과 선거 전략을 두고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다. 여성 30% 공천은 참정권 확대는 물론 당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지만, 30%에 얽매이다 보면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여성 공천 30%에 대해 줄곧 ‘최선은 다하되, 절대적인 룰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성 30%도 중요하지만, 선거는 이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 30% 공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당헌을 어겼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13년 당헌 8조에 지역구 30% 여성 공천을 의무화하도록 했고, 2015년에는 여성정치참여확대위 설치를 명문화해 해당 규정을 지키도록 했다. 민주당의 한 여성 당직자는 “이번에 30%를 지키지 못하면 당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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