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제369회 국회 임시회 개의에 합의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나 합의 직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 추인이 부결되자 합의 철회를 발표했다. 오대근 기자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두 달 가까이 멈춰 섰던 국회가 24일 여야 원내대표의 전격 합의로 정상화 문턱까지 갔으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발로 다시 뒷걸음질 쳤다. 합의대로라면 청와대의 일방적 인사 강행과 야당의 정치사찰 청문회 요구 등 이런 저런 논란으로 올 들어 내내 개점휴업 상태였던 국회가 반년만에 활기를 되찾았을 것이다. 합의 내용이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크게 넘어서진 않지만, 접점을 찾은 것은 국회 파행을 계속 방치할 경우 대의정치 자체가 부정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결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이날 합의가 백지화했다 해도 위기감을 바탕으로 국회가 정상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원탁회의를 개최하고 추가경정예산은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하는 등 6월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며 6개 항을 발표했다. 한국당 등 야당이 추경 심의 조건으로 내세운 경제청문회를 경제원탁회의로 대신하되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하여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키로 접점을 찾은 것이다.

합의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회견에서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오랜 시간 국회 파행 사태를 반복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해 사실상 유감과 사과 카드를 수용한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유감 표명과 해당 법안의 합의정신 처리를 결단한 여당 결단에 감사한다”고 답한 것은 지금껏 못 본 정치 풍경이다.

합의 추인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부정적 견해가 쏟아져 나 원내대표가 합의 철회 결정을 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나 원내대표를 불신임하기보다 일부 합의의 조정을 요구한 만큼 기존 합의 수준에서 새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스러운 것은 국회가 정상화해도 순항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부터가 심상치 않다. 여야 지도부는 ‘국회 파행=정치 파산’이라는 국민의 경고를 새기며 정상화 합의와 대의정치의 근본을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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