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이 15일 오전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사실이 현지 주민 신고로 발견된 직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보고 받아 알고 있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귀순 관련 매뉴얼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공식 언급을 피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서도 이틀이 지난 17일 정례브리핑 및 비공개 익명 브리핑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그 경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 주민 신고로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한 북한 목선 관련 보고를 접수한 15일 오전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합참 건물의 지하벙커(지휘통제실 내 회의실)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을 포함해 국방부 및 합참 유관 부서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해양경찰의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해경 상황센터는 오전 7시 9분쯤 청와대 안보실을 포함,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에 1보를 보고했다. 삼척항 방파제에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이 접안해 있었고, 이들이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항해 14일쯤 기관이 수리돼 삼척항에 입항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후 3보까지 기관이 수리된 시점이 13일로 정정되긴 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또 목선을 보안이 용이한 동해항으로 예인한 뒤 이뤄진 지역 합동신문(합신)에 참여한 국가안보지원사와 정보사 등 군 기관이 상부에 보고한 내용도 해경 상황보고서에 담긴 내용과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오전 대책회의에서도 해경 상황보고서와 지역 합신 내용을 종합해 이를 바탕으로 대책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군 당국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목선 귀순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이틀 후인 17일 백그라운드(익명) 브리핑에선 결이 다른 설명을 했다. 북한 목선 발견 장소를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했고, 목선이 엔진을 고쳐 기동해 접안까지 했음에도 파고(파도 높이)보다 낮은 목선 크기와 재질 등을 이유로 발견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측도 이날 익명 브리핑에 몰래 참석한 국가안보실 소속 A 행정관으로부터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로잡지 않았다.

이처럼 뒤늦게 군 당국이 ‘엉터리 설명’을 한 배경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지나 3일가량 해군과 해경, 육군의 3중 해상ㆍ해안 경계를 뚫고 뭍까지 올랐다는 점이 알려졌을 경우 쏟아질 ‘안보 공백’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9ㆍ19군사합의 이후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보수진영의 비난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목선에 타고 있던 주민 중 2명이 처음부터 귀순 의사를 가지고 고의탈북한 정황이 드러나자 2차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어색해진 남북관계를 의식해 북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삼척항) ‘인근’에 대해서는 저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이었고, 은폐하거나 숨기거나 할 그런 사안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한 군 소식통은 “어떤 의도로 사실관계를 엉성하게 발표했든,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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