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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야당 승리... 에르도안계 25년 ‘철옹성’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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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야당 승리... 에르도안계 25년 ‘철옹성’ 무너지다

입력
2019.06.24 15:45
수정
2019.06.24 19: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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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승리한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가운데) 전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이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치러진 재선거 개표가 99% 진행된 상태에서 이마모을루 후보는 54%를 득표,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보다 9%포인트 가량 앞섰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공표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승리한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가운데) 전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이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치러진 재선거 개표가 99% 진행된 상태에서 이마모을루 후보는 54%를 득표,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보다 9%포인트 가량 앞섰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공표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시행된 터키 이스탄불 광역시장 재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에르도안 정권의 2인자를 누르고 승리했다.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신승을 거뒀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절차적 문제’를 들어 선거를 무효 처리하면서 이날 치러지게 된 재선거의 결과다. 이에 따라 1994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장으로 당선된 후 25년 동안 에르도안 소속당 인사들이 줄곧 터키의 심장부 이스탄불을 장악해왔던 오랜 흐름이 뒤바뀌게 됐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불패’의 신화가 마침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이스탄불시장 재선거 결과(개표 99.4%) 야당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49) 전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이 54.03%를 득표하며 사실상 당선됐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63) 전 총리는 45.09%를 얻어 이마모을루에게 9%포인트가량 뒤졌다. 앞서 3월 말 선거 때 득표율 차이였던 0.2%포인트보다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스탄불은 터키 최대의 도시이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꼽힌다. 1994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터키 정치의 중심부에 입성했으며, 이후 이스탄불 시장은 에르도안이 주도하는 정당이 거르지 않고 독식해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무효’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를 주장했던 이유로 분석되기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스탄불 지방선거에서 패하자 최고선거관리위원회(VSK)에 조작과 부정이 있었다며 재검표를 요구했고, 4월 재검표에서도 야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부 지역의 투표 관리인이 공무원이 아니었다며 3월 선거를 무효화하고 6월 재투표를 관철시켰다.

AKP 후보 이을드름 전 총리는 비공식 예비 개표 결과가 공개되자 “현재까지 개표 결과를 보면 경쟁자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앞서고 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을드름 후보는 “우리는 그(이마모을루)가 이스탄불 시민 편에서 할 모든 일에 지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민의 의지가 또 한 번 드러났다”며 “비공식 결과로 볼 때 선거에서 이긴 이마모을루 후보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개표 결과가 전해진 후 연설에서 “이스탄불 시민들이 한 세기에 걸친 터키 민주주의의 전통을 수호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 결과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이스탄불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며 “가능한 빨리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 ‘이스탄불에서 지면 터키에서 진다’는 말을 하며 이스탄불에 대한 정치적 공을 들여왔다. 그럼에도 이처럼 재선거에서마저 패하며 25년간 지켜온 철옹성을 내준 가장 큰 이유는 경제난으로 꼽힌다. 10년래 최악의 실업률(13%), 20%를 웃도는 물가상승률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집권당의 실정이 마침내 터키의 스트롱맨 에르도안을 거꾸러트릴 부메랑으로 날아온 것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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