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석유를 밀수출한 이유로 자산이 동결된 대만 사업가가 투신해 사망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다.
대만 현지 언론인 연합보와 빈과일보에 따르면 문서를 위조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석유를 전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천스셴(陳世憲)이 지난 22일 오전 10시47분쯤(현지시간) 자택에서 투신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는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천 씨가 가오슝(高雄) 옌청구 자택 6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몸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현재 유서는 공개되지 않는 상태다.
천스셴은 자신이 실제 책임자인 ‘빌리언스 벙커 그룹’ 소유의 선박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마셜군도에 등록시킨 뒤, 지난 2017년 홍콩에 석유를 수출하는 것으로 위장해 대만 동쪽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석유를 넘긴 혐의를 받았다. 2018년 7월 가오슝지검은 천스셴을 문서위조죄로 기소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천스셴은 모두 4차례에 걸쳐 북한 측에 석유 총 2만8,000여톤을 전달하고 다른 나라에 수출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13일 대만 가오슝 지방법원은 천스셴에게 119일간의 구금 및 벌금 35만7,000대만달러(약 1,333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2018년 1월 대만 법무부는 ‘테러조직 재정지원방지법’을 처음으로 적용해 천스셴의 회사 자금 동결과 출국금지 조치, 금융기관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취했다.
천 씨는 이런 조치에 반발하면서 천밍당(陳明堂) 법무부 차장(차관)과 돈세탁방지 판공실의 차이페이링(蔡佩玲) 검사, 그들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전화로 협박한 적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어 천 씨는 같은달 19일 자택에서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기도했지만 가족이 발견해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퇴원하기도 했다.
한편 대만은 유엔 회원국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가해지던 지난 2017년 9월부터 북한과의 쌍방무역을 전면 금지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금수품목 밀거래에 대한 관련자 수사에 착수해 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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