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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디지털시대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9.06.2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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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의 칼럼. 뉴욕타임스 화면 캡처
5월 9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의 칼럼. 뉴욕타임스 화면 캡처

직업이 변호사이다 보니 얼마 전에는 아는 분이 이런 고충을 털어 놓으면서 법적으로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해 왔다. 층계형 아파트에 사는데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집 앞에 CCTV를 설치해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CCTV를 설치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가족들의 오고가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찍히는 것은 못내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따지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이웃 간이니 대화로 푸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고등학생 딸을 둔 중년 남성이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대형 마트 ‘타깃’에 들어가 항의했다. 고등학생 딸에게 임신과 육아에 관련된 광고지가 배송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나중에 그 딸이 정말 임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타깃’은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딸이 그동안 구입한 물품 내역을 분석해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정확히 맞혔던 것이다.

빅데이터, SNS,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성과와 혜택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광범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가 가능하게 되면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례로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해킹으로 3,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올해에는 사용자 150만명의 이메일 주소를 동의 없이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바 있다.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이를 방치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ESG지수에서도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까지 했다.

뉴욕타임스는 금년 4월부터 ‘privacy project’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디지털기술에 의해 시민의 프라이버시가 위협받는 사례를 심층 취재하여 집중 연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설립했다가 결별한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의 칼럼이다. 휴즈는 지난 5월 9일 뉴욕타임스에 ‘이제는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할 때(It’s time to break up Facebook)’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개인정보보호 태만 등 페이스북의 잘못된 행태를 신랄히 비판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되어 버린 페이스북은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디지털 프라이버시(digital privacy) 보호 문제는 굴지의 IT기업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경우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의식을 반영하듯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하고 나섰다.

케네디 대통령은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추모식에서 “힘은 인간을 교만으로 이끌고 가지만, 시는 힘의 한계를 일깨워 준다(When power leads man towards arrogance,poetry reminds him of his limitations.)”고 통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힘’은 당연히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 ‘힘’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디지털 프라이버시 문제는 방치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기업들도 별 생각 없이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수집, 활용하다가 어느 날 천문학적인 액수의 집단소송을 당하는 낭패를 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빛과 그림자 양쪽 모두를 보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희관 변호사ㆍ전 법무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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