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26분부터 5골 몰아쳐… 추가시간에만 3골
4골차 역전승은 K리그 37년 역사상 최초
최고의 작가도 이보다 더 극적인 각본은 쓸 수 없을 듯하다. 강원이 후반 추가시간에만 3골을 몰아넣는 기적 같은 경기를 펼치며 0-4를 5-4로 뒤집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역사상 4골 차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둔 것은 강원이 최초다.
강원은 23일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7라운드 포항과의 경기에서 후반 26분까지 0-4로 끌려갔으나 해트트릭을 기록한 조재완(24)과 후반 교체 투입돼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정조국(35)의 활약에 힘입어 5-4 역전승을 거뒀다.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긴 강원은 7승3무7패를 기록, 5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면 포항은 완델손(30)의 해트트릭으로 승기를 잡았지만 경기 종반 수비진이 귀신에 홀린 듯 연달아 골을 허용하며 극복하기 힘든 패배를 떠안았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포항의 페이스로 흘러갔다. 전반 18분 완델손이 페널티서클 정면에서 낮고 빠르게 깔리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38분 다시 완델손이 오른쪽 측면에서 찬 프리킥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포항이 2-0으로 앞서갔다.
후반에도 포항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후반 9분 이석현의 추가 득점에 이어 2분 뒤 역습상황에서 완델손이 페널티박스 우측에서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경기 시간 30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포항이 4-0으로 앞서며 이미 승기를 기운 듯 했다.
하지만 후반 26분 강원의 마법 같은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체 투입된 정조국의 패스를 받은 조재완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수 2명을 벗겨낸 뒤 골대 구석에 꽂히는 오른발 슈팅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곧바로 두 번째 추격골이 나왔다. 후반 33분 발렌티노스가 골대 정면에서 자신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재차 밀어넣으며 2-4를 만들었다.
아직도 두 골 차였지만 강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1분 김현욱의 크로스를 조재완이 헤딩골로 연결했고, 2분 뒤 다시 조재완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팬들이 조재완의 해트트릭과 함께 극적인 무승부가 만들어지자 환호성을 내지르고, 경기 해설위원조차 “강원이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던 순간 다시 한 번 골이 터졌다. 경기 종료 직전 조재완이 올린 크로스를 정조국이 머리로 포항 골문에 꽂아 넣으며 5-4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강원 선수단은 한 데 뒤엉켜 기적 같은 역전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한편 이날이 K리그 데뷔전이었던 20세 이하(U-20) 월드컵의 스타 이광연은 4실점하며 악몽의 데뷔전을 치를 뻔했지만 팀의 역전승으로 한숨을 돌렸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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