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가 20일 서울 성동구의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내리면 가장 눈에 띄는 전면광고에 어떤 한국인 얼굴이 걸려 있는지 아시나요? 아이돌 가수도, 한류스타 연기자도 아닌 ‘먹방 유튜버’로 유명한 크리에이터 양수빈씨입니다. K팝과 같은 훈련된 콘텐츠 외에도 한국인들의 ‘날 것’ 그대로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 먹히고 있다는 거죠. 저희의 역할은 이 양질의 콘텐츠가 널리 뻗어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겁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성장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미디어를 넘어 커머스(상거래) 영역까지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도와주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산업도 날로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 국내 첫 번째 MCN 회사이자 최근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중동 지역과 유럽으로까지 ‘K-크리에이터’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트레져헌터의 송재룡(42) 대표는 “우리나라 문화에는 힘이 있다”며 “콘텐츠 사업은 바이오와 함께 ‘넥스트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버’보다는 ‘BJ(인터넷방송 진행자)’나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라는 말이 더 익숙하던 2013년, “앞으로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정치인, 무당까지 스스로의 채널을 가지고 방송을 할 것”이라고 예견한 송 대표는 CJ에 다니던 당시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신성장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었고, 1년 뒤 직원 20명의 큰 조직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트렌디하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담아내기에 대기업의 환경은 다소 답답했다. 2015년 송 대표가 안정적인 대기업 명함을 나와 트레져헌터를 세운 이유다. 송 대표가 만들어놓고 떠난 CJ의 MCN 사업팀은 분리돼 MCN 업계 1위 ‘다이아TV’가 됐다.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가 20일 서울 성동구의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송 대표는 기성 세대와는 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이 세대는 명품을 사더라도 과시가 아닌 자기만족이 목표이기 때문에 연예인 광고가 아닌 주변 후기에 더욱 의존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피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드러낼 줄 안다”며 “영어로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는 만큼 사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 자체가 지구 전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가 보는 우리나라 MCN 사업의 특징은 ‘미국형’ 광고 모델과 ‘중국형’ 커머스 모델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 등 산업이 고도화한 국가에서는 크리에이터가 90% 이상의 수익을 유튜브 광고 등에서 얻고, 유튜브가 금지된 중국에서는 물건을 판매하는 커머스 위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운영되고 있다. 송 대표는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이 두 모델을 결합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MCN’ 모델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정착하고 있다. 일례로 트레져헌터에서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일반 대학생들을 앞세워 친근하게 만든 한 보험사 관련 콘텐츠는 한국보다 베트남에서 2배 이상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젊은 층이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토리 덕분이다. 송 대표는 “동남아에는 시간 때우기용 우스운 콘텐츠가 활성화해 있고, 아직 통신망이 완벽하지 않아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이 인기가 많다”며 “최근에는 이슬람 문화를 겨냥한 ‘할랄 음식 먹방’ 등 해당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을 크리에이터들에게 안내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아프리카BJ’(인터넷 미디어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로 대표된 1세대와 ‘일반인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들)’들로 이루어진 2세대에 이어 송 대표가 보는 ‘3세대 크리에이터’는 각 영역 전문가들이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채널을 가지고 크리에이터 시장에 들어오면 ‘믿을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산업 자체가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트레져헌터는 최근 현직 변호사 두 명을 소속 유튜버로 영입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외식사업가 백종원씨의 사례처럼 직업을 가지고도 크리에이터로서 성공할 수 있음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해나가고 있는 트레져헌터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에 비해 10배 이상 매출을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송 대표는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슈퍼 개인’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고 열어주는 역할에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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