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 주택거래 허가제 같은 더 강력한 규제로 집값 하락폭이 커질 것이다”, “집값 폭등의 주역이 장관이 된다면 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

70만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왕실장’이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오는 8월로 예상되는 개각(改閣) 때 국토교통부 장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진 것이다.

아직까지는 ‘설’에 불과한 김 전 실장의 국토부 장관 하마평만으로도 시장이 술렁이는 이유는 그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꼽히며 부동산 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김 전 실장은 ‘규제 신봉자’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8ㆍ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8ㆍ2 대책과 9ㆍ13 대책 등 크고 작은 8차례의 규제 대책(공급 대책 제외)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김 전 실장이 입각하면 집값을 잡기 위해 더 강력한 규제, 더 강력한 세금 대책을 내놓아 집값 하락이 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가 20대 때 판자촌 철거 반대 운동을 하는 등 철거민 운동가로 활동하다 주택문제에 눈을 뜬 이력 때문에 현행 30년인 재건축 허용연한을 강화하는 등 재건축ㆍ재개발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전 실장이 2011년 발간한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도 규제 강화 근거로 언급된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오는 이 책에서 그는 부동산 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로 묘사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바 있다.

반면 김 전 실장의 입각은 오히려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당시와 지난해 집값 폭등은 모두 김 전 실장의 규제 대책의 역효과였으며, 그런 그가 부동산시장 주무장관이 될 경우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카페 회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2008년, 2017년과 지난해 부동산 폭등 시기에 김 전 실장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었다. 이 분이 국토부 장관이 된다면 오히려 집을 사야할 시기”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이 청와대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컨트롤 해왔고 결과적으로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만큼, 그가 국토부 장관에 선임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전 실장은 2017년 8ㆍ2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대책 17번을 발표했는데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명백한 실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8ㆍ2 대책 이후 서울 수도권 등의 집값은 오히려 큰 폭으로 올라 지난해 말까지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김 전 실장이 국토부 장관까지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도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당분간 쉬고 싶다. 학교로 돌아가 강의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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