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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우리의 학교보다 우리의 정치가 더 삶을 많이 바꾸죠”

입력
2019.07.15 17:43
수정
2019.07.1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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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9> 오창석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창석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1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의 정치 구조는 현역에게만 유리하고 청년을 포함한 모든 정치 신인에게 어려운 룰이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창석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1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의 정치 구조는 현역에게만 유리하고 청년을 포함한 모든 정치 신인에게 어려운 룰이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야 운 좋게도(?) 진짜 내 돈을 까먹으면서 처절하게 느끼며 이런 후기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현실을 모르고 덤벼드는 정치 신인은 이 판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현실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결말은 그리 극적이진 못했다. 상대는 조경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 2000년대 초만 해도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 그 척박한 환경을 뚫고 민주당 계열(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로 출마해 내리 3선에 성공한 현역 의원이었다. 현직 의원이 당적을 바꾸자, 30세의 젊은 도전자에게도 길이 열렸다. 오창석(33) 전 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부산 사하을 국회의원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았고, 26.5% 득표율을 얻어 낙선했다.

올 초 그는 ‘스물 아홉, 취업 대신 출마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에서 그는 ‘좋은 정치인의 재목이 많아도 뛰어들 땔감이 없다면 포기하는 현실,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알리기 위해 쓴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 도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젊은 신인에게 “도전하라”고 말하는 이들이 알려주지 않는 현실은 뭘까.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오 전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이하 일문일답.

-낙선 이후 어떻게 지냈나.

“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다가 임기를 마쳤고, 지금 딱히 당직을 따로 갖고 있진 않아요. 오히려 당 바깥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어요. 시사평론가로서 방송이나 팟캐스트에 출연하기도 하고, 과거에 출마했던 후기를 최근 책으로 냈어요. 강연을 다니기도 하고요. 이전에도 인터넷 언론에서 아나운서를 하는 등 외부 활동을 해왔기에 다른 기회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정치만 했던 사람들은 당장 직책이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자리에 얽매일 수 밖에 없죠.”

-올 초 출마 후기를 담은 책을 발간했는데.

“출마 선언을 하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전 당에서 다 알려줄 줄 알았는데, 출마하는 후보에게 가르쳐주는 시스템이 전혀 없더라고요. 심지어 당내 예비경선을 위해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하는데 당원 명부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어요. 출마한 여러 후보를 알 권리는 당원의 권리인데 말이에요. 모든 것을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구조는 현역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고, 새로운 도전자에겐 어려운 룰로 작용하죠.”

-특히 ‘정치 자금’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 신인들은 헤맬 수 밖에 없는데 선거 때 회계시스템이나 법적으로 보전되는 건지 등을 사전에 알려주는 곳이 전혀 없었어요. 아무 것도 모른 채 출마를 각오하자마자 동시에 현금 3,2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다른 세대에게도 적지 않은 돈이죠. 그렇지만 모아놓은 돈이 적고, 대출하기 어려운 청년이 출마를 마음먹기에는 너무 큰 목돈이에요. 기성 정치인 중에 ‘1,500만원도 못 모아오면서 무슨 국회의원을 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정치인은 ‘의견’을 모으는 데 능해야 하는 사람이지, 지금의 제도 아래에서처럼 돈을 모으는 데 능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디에 그렇게 큰 비용이 들어가나.

“당내 예비경선을 위해 자동응답서비스(ARS) 업체를 쓰는 것도 후보 몫이에요. 1,500만원을 지불하지만 공식 선거 비용과는 무관해 보전되지도 않았어요. 후보 등록하고 선관위에 국회의원 선거 기탁금으로 1,500만원, 정당에 후보 등록 비용으로 200만원을 냈고요. 선거 사무소는 선거비용으로 보전되지 않아요. 예컨대 서울 강남 땅값과 부산 사하구 땅값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후보들 중엔, 자신이 월셋방을 얻어 사무소를 차리기도 했는데 모든 게 다 각개전투에요.”

-선거 비용 외에 체감한 현실적 어려움은?

“아직도 지역구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고을 원님’ 뽑는 거라 생각하더라고요. 유세를 할 때마다 ‘젊은 애는 뽑을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민원을 말하려고 해도 손아랫사람에게 부탁하는 게 꺼려지는 거죠. 변호사, 판ㆍ검사 같이 사회적 지위를 갖춘 경우라면 몰라도, 이력이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청년은 그 인식을 극복하기가 어려워요.”

-당내 청년 인식은.

“소수자(여성, 노인, 장애인, 청년 등)에게만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예컨대 언론인 출신 지역구 의원이 잘못하면 ‘역시 언론인 출신은 안 된다’고 말을 하지 않고 그 개인만 비판하잖아요? 그런데 청년비례대표가 잘못하면 ‘청년 뽑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와요. 청년들의 아우성이 넘쳐도 ‘간담회’ 한번 하면 불만이 해소될 것처럼 여기는 인식도 지배적이고요.”

-‘젊은 정치인’의 원내 진출이 필요한 이유는.

“19대 국회에서 김광진 전 의원이 국방위원회 활동하면서 1970년대 보급된 군인들의 수통(허리에 차는 물통)을 바꿨어요. 그리 큰 예산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는데, 일반 사병을 대변하는 목소리 하나 없어서 지금까지 안 바뀌었던 거에요.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위생의 기본이 물이라는 걸 몰라요. 물 하나 오염되면 배탈도 나고 구멍이 뚫리잖아요. 김 전 의원이 전문가라서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그 세대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기에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궁극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춰야 해요. 아이들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면 좋아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데, 이런 토양에서는 프로 정치인이 만들어지길 기대할 수 없죠. 우리의 고등학교보다 우리의 정치가 내 삶을 더 많이 바꾸는 걸요.”

글ㆍ사진=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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