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중이던 콘도미니엄건물 무너져 2층에 자던 18명 사망, 24명 부상
“모두 잠들어 있었어요. 진동을 느끼고 1분 뒤에 건물이 무너졌어요. 너무 빨라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12시간 만에 기사회생한 노르 찬둔(31)씨는 아직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했다. 토요일(22일) 새벽 4시쯤 여느 때처럼 신축 중인 건물 2층 공사 노동자들의 임시 숙소에서 아내와 함께 잠을 청할 무렵 굉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졌다는 게 그가 현지 언론에 밝힌 사고 당시 상황이다. 노르씨는 “아내와 계속 소리쳤다. 응답이 없었다. 이대로 잔해 속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구조대원들이 우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안에 55~60명이 잠들어 있었다”고 했다. 관계 당국이 파악한 숫자(3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생존자들이 속속 사고를 증언하면서 캄보디아 신축 건물 붕괴 사고는 대규모 참사로 비화하고 있다. 23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4시(현지시간)쯤 캄보디아 남서부의 항구도시 시아누쿠빌에서 새로 짓고 있던 7층 규모 콘도미니엄 건물이 무너졌다. 구조대가 현재까지 18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 24명을 끌어냈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잔해더미 밑에 20명 정도 더 깔려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 당국은 구조대원 1,000여명과 굴착기 등 중장비를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밤샘 작업을 하고 있는 구조대원들은 “철골 구조물이 스스로 무너져내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라며 “구조와 수색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파편더미를 옮기기 위해 톱으로 철근들을 잘라내고 있다. 아직 정확한 붕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붕괴 사고와 관련, 공사 감독관 3명 등 4명을 연행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80% 정도 완성된 해당 건물은 중국인 소유로 캄보디아 정부가 허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어촌이던 시아누크빌은 최근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카지노 호텔 등에 대한 중국계 투자가 쇄도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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