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 내야수들에 발등 찍혀 10승 또 불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ㆍLA 다저스)이 믿었던 수비에 세 차례나 발등을 찍혔지만 피해를 최소화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 6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3실점(1자책)했다. 올해 15번째 경기에서 처음으로 3실점하며 개막 이후 연속 경기 2실점 이하 행진을 ‘14’에서 멈췄다. 3경기 연속 호투에도 시즌 10승과 메이저리그 통산 50승 사냥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팀은 그나마 연장 11회말 4-3 끝내기로 승리를 거뒀다.
시즌 초반 수 차례 호수비로 류현진의 도우미 역할을 했던 다저스 동료들은 이날 어설픈 내야 수비로 류현진을 위기에 빠트렸다. 1회초 출발부터 불안했다. 1사 후 콜로라도 이안 데스몬드가 좌중간 안타를 치고 2루로 달릴 때 다저스 중견수 알렉스 버두고가 빠르게 2루에 송구했다. 아웃타이밍이었지만 2루수 맥스 먼시의 포구 실수로 2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1사 2루에서 류현진의 ‘천적’ 놀란 아레나도가 1타점 선제 적시타를 쳤다.
1-1로 맞선 3회초는 더욱 아쉬웠다. 류현진은 무사 1루에서 찰리 블랙몬을 1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가 1루수 작 피더슨의 2루 송구를 놓쳤다. 병살타로 연결될 상황이 무사 1ㆍ2루가 됐고, 류현진은 데스몬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2점째를 내줬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도 대니얼 머피에게 병살타성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이번엔 1루수 피더슨이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추가 실점했다. 3회초 2실점은 수비 실책만 없었다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라서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거듭된 불운에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4회부터 6회까지 큰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킨 다음 3-3으로 맞선 7회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1자책점으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26에서 1.27로 살짝 올랐다.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현대 야구로 볼 수 있는 1920년대 이후 시즌 첫 15경기에서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는 1945년 알 벤튼(0.99), 1968년 루이스 티안트(1.09), 1968년 밥 깁슨(1.21) 세 명뿐이다. 승수는 아홉수에 걸려 3경기째 9승(1패)에서 멈춰있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을 돕지 못한 다저스의 수비를 비판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류현진의 3실점은 모두 내야수 3명의 실수 탓”이라며 “2점은 비자책이고, 1점은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는 “류현진이 부당하게 패전 투수가 될 뻔했다”고 꼬집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이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6이닝을 끌고 갈 수 있었다”며 “우리 수비가 공을 잡지 못해 상대에 공격 기회를 더 줬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그나마 최소 실점으로 막아 6회까지 던졌다”면서 “(3회 수비 실책이 잇달아 나왔을 때)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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