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퇴진 위기로 몰아넣었던 모리토모(森友)ㆍ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화제다. 여전히 논란 중인 정권 핵심부의 미해결 사건을 그렸다는 점에서다.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신문기자’는 총리 주변에서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의과대학 신설을 취재하는 신문기자와 이를 은폐하려는 총리관저 직속 내각정보조사실에 파견된 외무성 관료의 얘기를 다룬다. 영화는 2017년 6월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서 40분 동안 23차례 질문을 쏟아내 주목받은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 도쿄(東京)신문 사회부 기자가 쓴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한다.
모치즈키는 당시 아베 정부가 가케학원의 수의대 신설과 관련한 특혜 제공 의혹과 아베 총리와 가까운 방송사 간부의 성폭력을 고발한 미투(Me too) 폭로를 집요하게 물었다. 정치부 기자들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에서 사회부 기자가 질문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10분 정도면 끝나던 회견이 40분 이상 진행된 것도 관례를 깬 것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부가 불편해하는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질문하면서 총리관저의 눈엣가시로 찍혔다.
총리관저와 미디어 간 갈등은 올 초에도 불거졌다. 모치즈키가 오키나와(沖縄)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의 헤노코(邊野古) 이전공사와 관련해 “매립현장에선 적토가 확산되고 있지만 오키나와 방위국은 실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책을 물은 것. 이후 총리관저 보도실은 기자단에 문서를 보내 인터넷 중계를 거론하고 “적토에 의한 오염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질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확하지 않은 질문을 바탕으로 문답이 이뤄질 경우 국내외 시청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일본신문노동조합연합은 “관저의 요청은 국민의 알 권리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모치즈키의 장황한 질문 방식에 대한 비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가 질문할 때마다 “간단하게 부탁한다”고 주의를 주거나 스가 장관이 성의 없이 답변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많다. 정권에 불리한 질문에 언론 취재를 제한하려는 아베 정부의 오만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영화를 제작한 가와무라 미쓰노부(河村光庸)는 영화지 ‘키네마준보’ 에 “아베 정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매우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정치로부터 멀어지면 민주주의가 멀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논쟁적인 영화를 계기로 20, 30대들이 보다 정치에 관심을 갖길 당부한 것이다. 모치즈키를 모델로 한 주인공 요시오카 에리카(吉岡エリカ) 역할은 영화 ‘써니’ 등으로 일본에도 알려진 한국배우 심은경이 맡았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인물로 설정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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