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고우석(21ㆍLG)은 묵직한 ‘돌직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LG뿐 아니라 타 팀에서도 “조금만 가다듬으면 오승환처럼 성장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 시즌 초반 정찬헌이 이탈한 이후부터 마무리를 맡은 고우석은 35경기에서 6승 2패 13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88로 활약하고 있다.
강력한 구위 하나만으로 정통파 마무리에 목말랐던 구단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변화구 제구력까지 키워 변수만 없다면 향후 LG의 10년 뒷문을 책임질 ‘소방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LG 구단은 향후 고우석의 홈 경기 등판 때 봉중근(KBS N스포츠 해설위원)이 마무리투수로 활약할 때 등장 효과음이던 사이렌 소리를 소환하기로 했다. 봉중근이 9회 마운드에 오르면 어김없이 잠실구장에 울려 퍼졌던 소리다. 고우석의 활약이 이어지자 야구 커뮤니티 게시판에 “봉중근의 사이렌을 고우석에게 넘겨주면 안 되느냐”는 LG팬들의 요청도 있었다.
봉중근 이후 마무리투수를 거쳤던 임정우와 정찬헌도 최소 한 시즌은 성공적으로 뛰었지만 부상과 부진 탓에 진정한 클로저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했다. 이상훈(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봉중근처럼 통산 3시즌 이상 수준급의 성적을 내야 LG의 마무리투수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우석은 아직 한 시즌, 전반기도 채 치르지 않은 시점이지만 벌써 그들의 후계자로 인정 받는 분위기다. 짧은 검증 기간이었지만 기복 없고 자신감 넘치는 투구에 류중일 감독은 합격 판정을 내렸고, 팬들은 환호했다.
구단도 그래서 임정우에게도, 정찬헌에게도 내주지 않았던 상징적인 봉중근의 등장음악을 물려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 15일 두산전 이후 7일째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한 고우석의 첫 사이렌은 과연 언제 울릴까.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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