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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더 꼬여버린 노정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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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더 꼬여버린 노정관계

입력
2019.06.21 21:41
수정
2019.06.21 22:4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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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집회에서 조합원들의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사례는 다섯 번째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은 무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참과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개정 추진 등으로 멀어져 온 노정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울남부지법 김선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를 마친 뒤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1일과 올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국회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경찰관 폭행과 경찰장비 파손 등을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고 있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지난 7일 자진 출석한 김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총괄적 책임은 위원장인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수사관 질문에는 '진술서와 같은 입장'이라는 취지로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김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뒤 검찰 송치 때 구치소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전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사례는 권영길 위원장(1995년), 단병호 위원장(2001년), 이석행 위원장(2009년), 한상균 위원장(2015년)이 있었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더 강한 총파업과 집회 등을 예고했다. 이달 울산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그리고 민주노총 전 조직의 총파업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만들기 위해 이번 주말 중에 중앙집행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성명서에서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을 가둔 노동존중 세상은 없다. 국회 개원에 앞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이유는 분명하다”며 “노동법을 개악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포함해) 구속된 네 동지를 석방시키고 반드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끝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같은 혐의로 김모 조직쟁의실장 등 민주노총 간부 3명이 구속됐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기 전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마녀사냥에 정부가 나섰다는 것이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는 마침내 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명백히 정부의 정책 의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노동존중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권이 무능과 무책임으로 정책 의지를 상실하고선 (민주노총을) 불러내 폭행하는 방식의 역대 정권 전통에 따랐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역시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민주노총이 그나마도 참여하던 일부 사회적 대화마저 단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노총은 전국 단위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는 불참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나 일자리위원회 등 의제별 각종 대화 기구에는 참여하고 있다. 당장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서 노동계가 보다 강한 입장을 견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기조’로 돌아서자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이 필요하다”며 반발해 왔다. 이미 민주노총은 이달 말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앞세워 집회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임위는 오는 25일부터 3일 연속으로 전원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할 계획이다. 25일에는 노사 양측이 최초 제시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경영계가 동결 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 노측 역시 강경한 인상론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탄력근로제 확대도 국회 밖 사정이 더 어려졌다. 탄력근로제는 사실상 이번 구속사태가 벌어진 민주노총 집회 당시 주요 의제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 52시간 근로제의 취지와 달리 결국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앞으로도 이를 ‘개악’으로 보고 총력 저지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정부가 제출하기로 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과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도 노동계가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노동 현안이 이처럼 연달아 있다 보니 내년 총선 때까지 경색된 노정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의 경제수석 등 인사를 보면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부가 앞으로 시장 의견을 더 수용하게 된다면 노동계와는 계속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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