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샤인코스트대 연구팀이 “두개골에 자라고 있는 뿔 모양의 뼈(노란색 화살표)를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이라고 제시한 자료. 워싱턴포스트 캡처

젊은이들의 두개골에 ‘뿔’이 자라나고 있다는 내용의 학술 논문이 발표된 지 1년 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머리를 앞으로 숙이는 생활습관이 결국 뼈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바꿔 말하면 현대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든 최신 기술에 대한 골격적인 적응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사실 호주 퀸즈랜드주(州)의 선샤인코스트대 연구진이 수행한 이 연구는 지난해 발표됐다. 하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현대 생활은 어떻게 인간의 뼈를 변화시켰는가’라는 제목과 함께 영국 BBC방송 보도에서 인용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호주 언론들은 ‘머리의 뿔’ ‘휴대폰 뼈’ ‘이상한 돌기’ 등의 이름을 붙여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다른 외신들도 해당 논문 내용을 앞다퉈 소개하는 중이다.

20일 WP 보도에 따르면,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샤하르 박사와 마크 세이어스 교수는 3년 전쯤부터 퀸즈랜드 지역에서 촬영된 각 연령대 사람들의 목 엑스레이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젊은 성인들의 목에서 뿔 모양의 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2016년에 발표한 학술 논문에선 18~30세 성인 218명의 엑스레이 사진들을 표본으로 조사했고, 이들 가운데 41%에서 ‘뿔’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논문에선 조사 범위를 좀 더 넓혔다. 18~86세 성인 1,200명의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봤더니 33%에서 문제의 ‘뿔’이 발견됐다. 특히 나이가 많은 성인일수록, 뿔의 길이는 짧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또는 20년간에 걸쳐 젊은이들의 자세를 변화시킨 상황에 주목했다. 그리고는 어린 시절부터 목 부근에 압박을 주는 원인은 다름아닌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휴대폰의 자그마한 화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척추가 지탱하던 두개골 무게가 뒤통수 쪽으로 옮겨가면서 힘줄과 인대를 잇는 부근의 뼈가 자라게 됐다는 설명이다. 세이어스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건 뿔 자체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다른 곳에서 잠재적으로 끔찍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로, 머리와 목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 대해 “기술의 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한 것”이라고 자평했다고 WP는 전했다. 기술 발전이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하지만, 그로 인해 골격과 생리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기록했다는 측면에선 최초의 연구 결과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자기기 사용 습관이 이른바 거북목 증후군이나 터널 증후군, 엄지손가락 증후군 등을 유발한다는 의료계의 경고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휴대폰 사용이 골격을 변화시킨다’는 연구 결론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이 연구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NYT는 “연구에 활용된 엑스레이 자료들은 지압 클리닉에서 제공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실험자들은 이미 목 부위에 문제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그들의 엑스레이 사진을 토대로 낸 결론을 일반화하는 건 무리라는 뜻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랭거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엑스레이 사진을 봐 왔지만 이런 것(뿔)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해당 연구팀은) 억지스러운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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