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추후 행정소송 하며 맞설 수도
청와대가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취소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자사고 재지정 여부의 최종 칼자루를 쥔 교육부가 해당 취소 결정을 무력화하는 ‘부동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가 상산고 지정 취소 동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평가 결과 공개가 예정된 나머지 21곳 자사고가 소속된 시도교육청도 부담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자사고가 소속 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기준에 미달됐다 하더라도, 바로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청이 주관하는 청문회와 교육부 장관의 최종 동의를 얻는 단계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뒤집을 두 번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입장이 강경한만큼 상산고는 청문회를 거치며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를 고려하면 교육부가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고 동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단계에서 자사고 ‘취소를 취소’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교육청 차원에서 낸 자사고 지정 취소 결론을 뒤집은 전례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당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기준 점수에 미달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이대부고 중앙고 5개 학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에 동의(당시엔 협의) 신청을 했는데, 이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직권으로 취소했다. 시교육청은 이에 반발해 직권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올해 대법원 판결에서 결국 패소해 해당 학교들은 현재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자사고 지정 권한을 둘러싼 교육부와 교육청의 힘겨루기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청에 교육부의 유초중등 권한을 이양하라고 주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사고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교육감 재량이기 때문에 교육부 차원에서 이를 번복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례를 비춰봤을 때 교육부의 부동의가 현실화하면, 김 전북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처럼 행정소송을 걸며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서울처럼 최대 수 년간 법정 싸움이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자사고 지위는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는 유지된다.
청와대의 기류에 따라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나머지 시도교육청들도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는 전국 자사고 42곳 가운데 24곳으로, 이중 결과가 나온 3곳은 상산고(미달) 안산동산고(미달) 광양제철고(통과)다. 특히 과거 교육부와의 ‘악연’이 있는데다 평가 대상 자사고의 과반(13곳)을 차지하는 서울시교육청의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가 상산고 사례에 대해 이 같은 판단을 했더라도,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 기조가 수정되는 건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청와대는 상산고의 경우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해 사회통합전형 20%를 의무 선발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평가지표에 포함시킨 점 △전북만 평가 통과 기준 점수가 교육부 권고안(70점)보다 10점 이상 높은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이 옳다고 해서, 방법까지 옳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명 비공개를 전제로 대답한 교육부 관계자는 “사전에 정해진 방침은 없다”며 “동의 신청이 교육부로 오면 공정하고 엄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는 자사고를 무조건 폐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입시기관화 돼 있거나 운영이 자사고 기본 취지에 맞지 않을 경우 이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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