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경제수석으로 임명하는 경제라인 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을 임명 1년이 채 안 돼 조기 교체한 배경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 실정에 대한 문책의 모양을 갖추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어질 개각의 첫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관심은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처럼 시스템 개혁에 집중해온 김 신임 정책실장이 경제활력 회복이라는 눈앞의 과제를 어떻게 소화할지에 모아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팀은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시스템 개혁 의지와 시급히 경제활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현실적 의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충돌을 빚어 왔다. 1기 경제팀을 이룬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불협화음 끝에 교체된 이유다. 이어 등장한 홍남기 경제 부총리ㆍ김수현 정책실장 커플도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 김 실장이 경제정책 전반을 조정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우려 속에 경제상황은 점점 악화해 왔다.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수출은 연일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조업 위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고용상황도 사상 최악 수준으로 악화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소득 양극화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결국 사면초가 상황에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급히 돌리면서 경제팀에도 새로운 전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김 신임 정책실장이 당면 정책과제를 활달하게 소화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는 대ㆍ중소기업 불공정거래나, 비즈니스 갑질 행태를 개선하는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을 회복하는 게 절실하다는 문제의식도 갖고있다. 그럼에도 방법론에서는 여전히 재벌 개혁을 통해 중소ㆍ중견기업을 강화하고, 그런 체질 개선으로 우리 경제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스템 개혁을 고수하는 인물이다. 유연한 정책 구사가 기대되는 경세가라기보다 강고한 이론으로 무장한 개혁가인 김 신임 정책실장의 변화 여부가 경제 활력 회복의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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