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으로, 그러나 수위는 조절해서.’
북한 언론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평양 방문 보도 태도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의 전날 정상회담 성과를 전하면서 “전략적 의사소통을 긴밀히 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돕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한 것과 대비된다. 북미 협상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북한은 중국에 쏠리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1일 시 주석 방문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은 평소 6면인 발행 면수를 10면으로 늘리고, 이 중 8면을 북중 정상회담 기사로 채웠다. 시 주석의 평양 도착부터 정상회담, 환영 만찬과 연회, 대집단체조 관람, 노동당사 기념촬영 등 전날 일정을 사진 60장과 함께 상세하게 보도했다.
중국중앙(CC)TV은 "과거 1년간 조선(북한)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미국)이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는 김 위원장 발언을 보도했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두 정상이)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비롯한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을 진행했다”고만 전했다.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돕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도 북한은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두 정상이 “전략적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고 호상(상호) 이해와 신뢰를 두터이 하며 고위급 래왕(왕래)의 전통을 유지하고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심화시켜나가기 위하여 공동으로 적극 노력할 데 대하여 합의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미국을 자극하거나 중국과 한 배를 탄 듯한 태도를 취하면 북미 대화 판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중국을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협상 파트너는 미국이고, 결국 타협은 미국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여지를 남겨두고자 보도 수위를 조절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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