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흔들려도 됩니다. 마음만 흔들리지 않으면 되죠.”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과 근육 하나하나에 집중해보려 하지만 역시 쉽지가 않다. 정적으로 보이지만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면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 내리는 운동, 요가. “할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격려해주는 강사의 말에 호흡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보는 장소는 다름 아닌 클래식 콘서트 홀이었다.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의 테라스와 로비에서 30여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경험한 ‘클래식과 함께 하는 빈야사 요가’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색적이었다.
아사나, 수리야나마스카라 등 요가 초보자에게는 동작을 일컫는 말부터 익히느라 다른 소리에는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는데, 몇 번씩 동작을 반복하며 몸에 익자 바이올린 선율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물소리, 새소리처럼 명상 혹은 요가에 반사적으로 떠오르던 음악이 아니라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등장하는 ‘명상곡’은 제목만큼이나 요가와 잘 어울렸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요가의 질서 정연한 움직임과 요가를 통해 얻게 되는 이완은 클래식 음악이 주는 평온함과 매우 닮아서 요가와 클래식 음악이 함께 했을 때 큰 시너지를 주는 힐링 아이템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녹음된 음반이 아닌 연주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요가 동작의 분위기와 호흡 템포를 고려해 연주자와 요가 강사가 함께 논의했다. 지난 4월엔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에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바흐를 들려줬고, 21일엔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인 비올리스트 안톤 강이 전자비올라를 사용해 초여름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즉흥연주를 선사했다. 세 번째 요가 클래스가 열리는 10월엔 첼리스트 정다운이 연주자로 나선다.
롯데콘서트홀은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콘서트홀의 공간을 연주회가 없는 날에도 관객들이 들러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롯데콘서트홀 측은 “클래식 공연장을 항상 격식을 갖춰야 올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공연을 보지 않아도 편하게 들러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 관객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11월까지 매주 마지막주 수요일 ‘전시품과 함께하는 힐링 여행’을 선보인다. 저녁 7~9시,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하고,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함께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롯데콘서트홀의 테라스 요가 클래스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 공식 홈페이지(www.lululemon.co.kr)에서 신청할 수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의 ‘힐링 여행’ 프로그램은 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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