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신 “전략적 의사소통 긴밀히” 모호한 표현
“미국의 적극적 호응 없어” 中 보도와 대조적
북한 관영 매체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입성 이튿날인 21일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전략적 의사 소통’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데에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중국에 공개 동조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시 주석이 전날 평양에 도착해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조중(북중) 외교관계 설정 70돌을 맞이하는 올해에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데 대하여 열렬히 환영하시고 이번 방문이 조중 친선의 불변성과 불패성을 온 세계에 과시하는 결정적 계기로 되며 새로운 활력기에 들어선 조중 두 나라 사이의 친선 관계를 더욱 공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북중 관계의 강화ㆍ발전’ 언급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한 “나와 시 주석은 북ㆍ중 우의의 새로운 발전을 이뤘고 양측은 협력 강화와 깊은 의견 교환을 통해 중요한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 북한은 예전처럼 중국과 나란히 서서 북ㆍ중 친선 협력의 새로운 장을 쓸 것”이라는 김 위원장 발언과 표현ㆍ맥락이 비슷하다.
그러나 중국과 ‘한 배’를 탄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북한 보도 곳곳에서 보인다. 통신은 두 정상이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비롯한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을 진행했다”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전날 중국중앙(CC)TV는 "과거 1년간 조선(북한)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미국)이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는 김 위원장 발언을 그대로 전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안보와 발전을 힘 닿는 한 돕겠다’던 시 주석의 주요 발언도 생략하고, 두 정상이 “전략적 의사 소통을 긴밀히 하고 호상 이해와 신뢰를 두터이 하자”는 데 공감대를 가졌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주요 내용을 에둘러 표현하며 보도 수위를 조절한 건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직설 화법으로 자칫 미국을 자극하거나, 괜한 발언이 확대 해석되며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우려했을 법하다.
무엇보다 ‘지원 사격’에 나선 중국에 과하게 동조했다가는 자칫 대화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도 북한은 한 것으로 보인다. CCTV는 김 위원장이 전날 회담에서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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