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운전자의 역주행 사고로 결혼을 앞두고 목숨을 잃은 예비신부의 유가족이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 국민청원 홈페이지

조현병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이 고속도로에서 낸 역주행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예비신부 A(29)씨의 유가족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자신을 A씨의 언니라고 밝힌 글쓴이는 A씨와 30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A씨의 친모가 갑자기 등장해 사망 보험금을 신청하고 다닌다고 밝혔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의 언니입니다. 자격없는 친권은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을 올라와 있다. 글쓴이는 자신을 지난 4일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로 목숨을 잃은 A씨의 언니라고 밝히고 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친모와 친부가 이혼하면서 한 살 무렵부터 글쓴이의 집에서 자랐다. A씨는 5세 때 친아버지가 사망한 후 고모과 고모부, 사촌 형제들과 함께 자랐다. A씨는 고모와 고모부를 엄마, 아빠라고 불렀고 사촌 언니, 오빠들과도 친남매와 다름없이 지냈다고 한다.

언니라는 글쓴이는 "친모라는 사람은 이미 이혼하자마자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동생 밑으로 씨다른 동생 3명을 낳고 일면식도 없이 여태까지 살아왔다"면서 "1,000원 한 장도 내 동생을 위해 내민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엄마, 아빠는 어려운 형편에도 동생이 기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키웠다"면서 "저희는 공장도 다니면서 직접 학비를 벌어 전문대를 다녔지만, 막내 동생 만큼은 최대한 덜 고생시키려 애쓰면서 대학원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특히 "결혼을 축하하고 부부가 되는 모습을 기다리는 도중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져 우리 가족은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친모가 나타나 자신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고 한다"면서 "외삼촌과 이혼하고 몇 개월 만에 바로 결혼해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3명이나 낳고 살면서 친권을 내세워 우리 가족을 또다시 마음 아프게 한다"고 밝혔다.

예비신부의 친모 쪽에서는 사고 후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고, 예비신부를 키운 유가족들이 빈소 마련부터 발인까지 모든 장례절차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비신부를 떠나 보내고 사고 이슈가 수그러들자 친모는 예비신부가 재직하던 회사를 찾아가 보험회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하러 다녔다고 한다.

이어 "몇 년도 아니고 수 십년이나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왔는데 무슨 친권 자격이 있다는 것인가"라며 "10년, 20년 동안 양육 의무는커녕 연락조차 안한 친모의 친권은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생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어도 저렇게 엄마 행세를 했을까. 아마도 끝까지 피했을 것"이라며 "국민청원을 올려서라도 친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이렇게 가슴을 치면서 글을 올린다"고 청원 글을 끝맺었다.

이 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지 하루 만에 3만명 가까이 동참하는 등 빠른 속도로 참여인원이 늘고 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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