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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요구 달라져… 연극계도 페미니즘 운동 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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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요구 달라져… 연극계도 페미니즘 운동 연대해야”

입력
2019.06.22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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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사 페미시어터 나희경 대표 

 작년부터 ‘페미니즘 연극제’ 열어 

나희경 페미시어터 대표는 “연극은 공동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그 안에서의 연대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나희경 페미시어터 대표는 “연극은 공동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그 안에서의 연대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관객의 요구가 달라졌기 때문에 연출도 배우도 이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나희경(31) 극단 페미시어터 대표는 지난해 불거진 예술계 미투(#MeToo) 운동 이후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즘, 젠더 이슈에 관한 작품 제작이 피부로 실감할 정도로 늘었고, 남성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던 여성 배역도 주체적인 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 대표는 “한 남성 연출가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주변에 열심히 물어보고 공부하시더라. 이런 움직임이 소수일지라도 요즘 연극계 흐름 중 하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페미니즘 공연 중 다만 공연 기간이 짧은 작품이 많아 포스터는 봤는데 정작 작품을 본 사람은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나 대표가 지난해 6월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기획한 이유다.

페미니즘 연극제가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20일 시작한 연극제는 다음달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5개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 연극제 주제는 ‘연대’. 나 대표는 “처음 미투 발언을 한 건 한 명이었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서 변화를 끌어냈다. 앞으로의 미투 운동, 페미니즘 운동도 이렇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나 대표는 대학로 공연기획사와 남산예술센터 등에서 일한 후 2014년 독립해 기획자로 연극을 만들고 있다. 그가 ‘페미시어터’란 이름의 1인 기획사를 세운 계기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결정적이었다. “그 사건 이후에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희곡에서 개연성 없는 강간 장면이나 보조 역할에 머문 여성 배역 같은 걸 그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저 자신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연말 즈음 페미니즘 공부하는 연출가들을 많이 만났죠.” 2017년에는 본격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나 대표의 기획사에 의뢰된 페미니즘 연극 기획, 홍보 작품만 8편에 달했던 것. “뭐가 돼도 되겠다 싶었죠(웃음). 한 작품씩 툭툭 올라가는 페미니즘 연극을 한꺼번에 모아 선보이자는 얘기가 나왔고, 연극제 준비한지 얼마 안 돼 연극계 미투 운동이 시작되면서 대중 관심도 커졌죠.”

연극 '코카와 트리스 그리고 노비아의 첫날밤'
연극 '코카와 트리스 그리고 노비아의 첫날밤'

700여명이 후원한 지난해 연극제와 달리 올해는 준비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가 절반가량 줄었고 그만큼 관심도 줄었다. 나 대표는 “어렵게 목표 후원액을 넘겼다. 처음보다 관심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주제인 ‘연대’는 이 연극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SOS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참가작은 지난해 9편에서 5편으로 줄었지만 구성은 더 알차졌다. 개막작인 종이로 만든 배의 '코카와 트리스 그리고 노비아의 첫날밤'(20~2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일상 곳곳에서 대면해야만 하는 불안과 공포를 다룬다. 프로덕션IDA의 '마음의 범죄'(27~3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향해 확장된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다. 극단 문 '달랑 한 줄'(7월 18~2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은 불편한 한 줄을 바꾸기 위한 네 여자의 사소한 투쟁을 다룬다. 연극제 기간 관련 전시, 퍼포먼스와 공동포럼,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복귀한 여성 연극인 사례조사 발표회도 열린다. 나 대표는 “연극계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지금은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며 “관객도 원치 않은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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