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개설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 명… 댓글만 1만개
“음식으로 생존 얘기” “함께 잘 살아보자” 삶과 통합 화두 던진 덕
규격화 깨기… 김태호ㆍ나영석 PD 유튜브 진출과 비슷
“백종원은 아무리 배불러도 음식이 나오면 꼭 한 입씩이라도 맛봐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이렇게 많은 사람 처음 봤어요.”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스태프의 얘기다. 사진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의 촬영 모습. SBS 제공

계란찜은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요리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찜통에 넣고 조리했다가는 파이처럼 굳기 일쑤다. 말캉한 식감에 노랗게 봉긋 솟은 계란찜을 맛보려면 특별한 요리법이 필요하다. 뚝배기에 푼 계란을 눌어 붙지 않게 숟가락으로 저어주는 게 먼저다. 계란 물이 끓어오르면 똑같은 크기의 뚝배기를 뚜껑으로 덮어야 한다. 그래야 계란찜이 빵처럼 부푼다. 맛을 내는 ‘비법’은 따로 있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설탕입니다”. ‘슈가보이’의 설탕 사랑, 여전했다. 요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이 최근 연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을 통해 알려준 뚝배기 계란찜 비법이다.

방송인 백종원의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 유튜브 캡처
◇장모 전화 ’슈가보이’ 유튜브 상륙 작전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문전성시’다. 20일까지 170만명이 구독자로 가입했다. 지난 11일 채널을 열어 사흘째인 13일에 100만 구독자를 넘어섰다. 인기 아이돌그룹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을 때 같은 열기다. 제육볶음 100인분 만들기 영상에는 무려 1만1,100개가 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 조리법을 누구나 알기 쉽게 찍어 올려 호응을 이끈 결과다. “샐러드라고 부르면 징그럽잖아유, 사라다로 하겠습니다”. 백종원은 구수한 입담을 앞세워 네티즌을 불러 모은다.

백종원은 TV에서 소위 ‘잘 나가는’ 방송인이다. SBS ‘골목식당’ 등 그가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엔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사업과 방송 활동으로 바쁜 그가 유튜브를 굳이 왜 시작했을까. 백종원은 몇 달 전 장모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인터넷에 백종원 레시피란 이름으로 뜬 갈비찜 조리법대로 음식을 해봤는데 사위가 해준 맛이 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장모가 본 조리법은 백종원의 레시피가 아닌 ‘사칭’의 결과물이었다. 백종원은 “그때 많은 걸 느꼈다”며 “한편으로는 섬찟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그가 유튜브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다. 백종원은 장모 같은 평범한 주부와 요식업 사업 입문자를 위해 직접 음식을 하는 영상을 찍었다.

[저작권 한국일보]김경진기자
◇출연자 카톡 소리에 깨는 백종원

음식에 대한 백종원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그는 책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2016)에 이렇게 썼다. “외식업 관련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왠지 사명감 같은 게 느껴져 밤을 새워서라도 뭐라도 얘기해주려고 해요.”

이 말의 진심은 그의 일상에서 엿볼 수 있다. 백종원은 요즘 새벽 늘 휴대폰 카톡 소리에 깬다. 지난 겨울 ‘골목식당’에 소개된 포방터 시장 편 홍탁집 아들이 영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메시지다. 방송이 끝난 지 5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백종원은 여전히 출연자와 사업 얘기를 주고받는다. ‘골목식당’의 정우진 PD는 “백종원이 대전 편을 찍을 때는 제작진도 모르게 혼자 가게를 찾아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에 맞은 뺨…. 음식 설명에 집착하는 이유

그는 어려서부터 음식과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공병을 모아 팔고, 대학교 1학년 때 치킨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쌈밥집 운영 등을 거쳐 국내 간판 외식사업가가 된 그의 대화엔 음식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백종원은 요리의 역사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술술 풀어 놓는다. 그와 tvN ‘집밥 백선생’을 같이 했던 박희연 PD는 백종원이 사석에서 들려준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예능프로그램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기획까지 했다.

백종원이 음식과 식재료의 역사까지 꿴 데는 ‘아픈 사연’이 있었다. 그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중고차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다. 2주 만에 6대를 팔아 들떠 있을 때 갑자기 고객 한 명이 찾아와 그의 뺨을 때렸다. 사고로 결함 있는 차였는데, 결함이 없는 것처럼 되팔았다는 이유에서다. 19세 청년 백종원이 중고차 회사 말만 믿고 중고차를 팔았다가 본 낭패였다. 백종원은 누군가에 물건을 소개하기 전 그 배경까지 숙지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백종원은 다양한 실패로 얻은 교훈을 전달하며 멘토로서의 힘을 얻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백종원은 음식으로 취향을 파는 대부분의 전문가와 달리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를 얘기한다”며 “멘토로서 생명력이 오래가는 이유”라고 평했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백종원은 호감일 수밖에 없는 어른상”이라며 “가진 건 많지만 수더분한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와 ‘함께 잘살아보자’는 손짓을 하기 때문”이라고 그의 인기 이유를 분석했다.

◇’다른 듯 닮은’ 백종원 ㆍ김태호 ㆍ나영석의 도전

백종원은 유튜브에서 스스로 쌓은 권위를 허문다. 그는 영상에서 “내가 지식의 잣대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백종원 사칭 조리법’도 잘못된 게 아니라고 한다. 식당 주방에서 일할 때 늘 트로트 음악을 틀어놨고, 노래도 잘했다는 농담까지 한다. ‘골목식당’에서의 엄격한 모습과는 180도 다르다.

백종원의 유튜브 진출은 방송가의 매체 활용 전략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MBC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김태호 PD는 최근 유튜브에 채널 ‘놀면 뭐하니?’를 새로 만들었다. 방송인 유재석 등에 카메라를 주고 릴레이 영상을 찍는 콘텐츠를 올렸다. 김 PD가 준비하는 신규 프로그램 관련 실험이다. 김 PD는 ‘무한도전’을 연출할 때 외부에 콘텐츠 전략을 노출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1박2일’을 비롯해 ‘삼시세끼’ 시리즈 등을 성공시킨 ‘나영석 PD-이우정 작가 콤비’도 유튜브에 ‘채널 나나나’를 열었다. 전통매체인 TV에서 빛을 봤던 유명 방송인과 제작자들이 잇따라 유튜브에 뛰어드는 추세다.

20년 넘게 콘텐츠를 제작해 온 외주 제작사 대표는 “백종원, 김 PD, 나 PD 등은 모두 30대 이상에 친숙한 방송인이거나 제작자”라며 “유튜브를 통해 10~20대를 공략해 세를 넓히고 매체 이동을 통해 규격화의 틀을 깨고 가벼움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현상을 진단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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