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제화’ 발언 연일 논란
與·노동계 “현행법 위반 소지”
한국당·재계 “수습제가 해법”
최저임금 개정안 국회에 발의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이주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인종차별 망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 임금차등 법제화를 거론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발언을 두고 이틀째 정치권과 노동계ㆍ재계 사이의 공방이 치열하다. 여당과 노동계는 “외국인 차별ㆍ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한국당과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국적에 따른 임금 차등화는 국제협약 위반으로 법제화 가능성이 낮지만, 근로자의 숙련도나 종사 업종을 명분으로 하는 차등화는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더니, 일부에서 차별이니 혐오니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며 “제 얘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 주장대로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외국인 근로자를 주로 고용하는 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2019년 기준 8,350원)이 지난 2년간 29% 올라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관행적으로 제공하는 기숙사 비용 등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실질 임금 부담은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법(근로기준법 제6조)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제111호ㆍ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도 같은 입장이다. 국제협약은 우리나라가 여러 국가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바탕이기 때문에 국적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했을 경우 국제무역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및 정부는 이에 따라 ‘동일 노동ㆍ동일 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같은 일을 하는데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경영계는 이런 조항을 우회할 수 있는 해법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숙련도를 감안한 수습기간을 두거나 외국인 근로자 종사 비율이 높은 업종에는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이런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외국인이 단순 노무업무를 수행하거나, 수습 2년 이내인 경우 최저임금을 감액할 여지를 두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선거법 위반에 따른 대법원 판결로 최근 의원직을 상실한 이완영 전 의원도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최초 근로를 시작한 시점부터 1년 이내는 30%이내 감액, 1년 경과시점부터는 20%이내 감액”을 최저임금 법령에 명시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만희ㆍ송석준ㆍ엄용수 의원 등 자유한국당의 다른 의원들도 외국인 근로자 종사율이 높은 농업 등에는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수습 기간이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깎는 것은 해외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법제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일본도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 최저임금을 감액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를 실시했었지만, 2009년부터 제도를 폐지했다. 재계 일각에서 “싱가포르가 가사노동자에 한해 정부간 협약 등을 통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고 주장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최저임금 제도를 명시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아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진행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 업종별 차등화 요구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종, 성별, 국적 등 개인의 속성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면서도 “우리나라도 저성장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일률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차등화는 업종별 생산성 등을 고려한 보편화된 기준으로 논의할 문제”라며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