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막연한 공포에 “정신병원 없애라” 반발 
 안민석 의원 “일개 의사… 혹독한 대가 치를 것” 
 “3대가 정신과의사로 환자 도왔는데 참담” 

“할아버지부터 저까지 삼대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유일한 집안입니다. 이번에 병원을 열 때 소아과를 함께 개설한 이유도 일반 소아과에서 진료가 어려운 자폐아나 발달장애 환자를 돕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정치인이 병원을 닫지 않으면 대대로 번 돈을 털어놓게 만들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니 할 말이 없네요.” (이동진 오산시 평안한사랑병원 부원장)

19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민석 의원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진주 방화ㆍ살인사건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커지면서 경기 오산시의 한 병원이 개업한 지 두 달을 못 넘기고 폐업할 상황에 놓였다. 해당 병원을 폐쇄해 달라며 지역주민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월 한달 사이에 1만2,106명이 참여했다.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험한 말을 하며 격하게 병원 측을 압박하자 결국 오산시는 허가 과정에서 결격사유를 발견했다며 지난달 20일 허가취소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20일 의료계와 오산시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23일 경기도 오산시 보건소가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을 갖춘 ‘평안한사랑병원’의 운영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개업 사실을 파악한 지역주민들은 “우울증ㆍ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이 초등학교 주변에 들어서면 안 된다”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여론이 악화되자 시의회가 행정절차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특별조사를 벌이는 한편, 오산시를 지역구로 둔 안민석 의원까지 나서서 병원의 문을 닫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의료계와 병원 측은 주민들이 근거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억지를 쓴다는 입장이다. 폭력성 자체는 정신질환의 증상이 아니며,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환자가 있더라도 치료를 중단한 경우나 증상이 일시적으로 심해진 급성기로 제한되는데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입원한 환자들은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동진 부원장은 “만성 조현병 환자들도 있지만 외래 환자 대다수는 우울증 환자나 잠 못 주무시는 할머니들”이라면서 “입원한 환자들도 타해보다는 자해 위험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이마저 약을 먹고 치료를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립 양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본보가 병원 측으로부터 입수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따르면 안 의원은 지난달 17일 병원 인근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일개 의사 한 명이 정부와 오산시를 이길 수 없다”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달 19일에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국회 앞에서 막말에 항의한다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의협은 20일 보건복지부와 오산시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혐의로 안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안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시작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정신장애인을 치료하는 병원을 그런 식으로 공격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안 의원 측은 “문제의 핵심은 막말 논란이 아니라 병원의 불법 운영 의혹”이라고 주장한다.. 오산시 보건소가 이동진 부원장이 병원 2곳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하고 인력 기준을 위반해 새로운 병원을 개설했다는 ‘자체점검결과’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개업 초기 환자 수가 적어 전문의 1명만 갖추고 개원한 것도 보건소 측이 뒤늦게 문제 삼았다. 평안한사랑병원은 폐쇄병동 병상 126개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을 갖추고 허가를 받았다. 보건소는 허가 당시엔 채용된 의사 수가 입원환자(19일 현재까지도 31명) 기준을 만족해 문제가 없다고 보고 허가를 내줬지만, 뒤늦게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개원하는 정신의료기관은 병상 60개당 1명, 즉 모두 2명의 전문의를 채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얻었다며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허가 취소가 최종 확정되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질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허가취소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미 허가를 내줬다면 기본적으로 허가는 존중하되 상황을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지키지 않으면 폐쇄할 수는 있다”라면서 “오산시 보건소 요청은 앞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의료법, 정신건강복지법 등 현행법상 정신의료기관은 정신건강의학과를 갖춘 병원과 요양병원으로 분류되는 정신병원이 있습니다. 기사 속 해당 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를 갖춘 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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