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지평선] 마라탕과 칭따오맥주

입력
2019.06.20 18:00
수정
2019.06.20 18:14
30면
0 0
얼큰함을 넘어 입안이 아릴 정도로 매운 맛을 지닌 향신료 ‘마라’가 들어간 마라탕이 인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얼큰함을 넘어 입안이 아릴 정도로 매운 맛을 지닌 향신료 ‘마라’가 들어간 마라탕이 인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건 임진왜란 전후로 알려진다. 고추의 옛 명칭이 ‘왜개자(倭芥子)’ ‘왜초(倭椒)’, 또는 ‘당신(唐辛)’ ‘당초(唐椒)’ 등이었던 걸로 봐서 당시 국내로 진입했던 왜군이나 명나라 군사들을 통해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비록 전래는 늦었지만, 고추는 한국인의 입맛과 음식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의 주요 원천이 고추임은 분명하거니와, 그 전까지는 배추 피클에 가까웠던 김치도 고춧가루를 만나면서 비로소 오늘날의 맛과 형태를 갖췄을 것이다.

□ 고추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된장과 같은 발효 과정을 거치며 또 하나의 명품 음식을 낳는다. 고추장이 그것이다. 중국에도 고추양념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찹쌀 같은 곡물풀에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 페이스트 상태로 발효시킨 고추장은 유독 입이 짧고 소화력이 약했던 왕으로 알려진 영조에게 없어서는 안될 약용 반찬으로 사랑받았을 정도로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열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서 주요 맛 재료로 우뚝 선 게 어쩌면 한국인에게 ‘화끈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DNA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요식업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은 점점 격렬해지는 것 같다. 감미가 도는 은근한 매운맛이나 얼큰한 정도를 넘어 불타는 듯한 매운맛을 즐기는 젊은이가 많다고 한다. 매운맛 라면이 시장을 지배한 게 이미 오래거니와, 요즘엔 아릴 정도로 드라이한 매운맛이 특징인 중국식 마라탕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마라탕에 쓰이는 중국 향신료 ‘마라(痲辣)’의 ‘마’는 마비된다는 마, 곧 ‘저릴 마’자이고, ‘라’는 ‘매울 랄’자이니, ‘마비될 정도로 맵다’는 뜻이다. 내용물에는 육두구, 화자오, 후추, 정향, 팔각 등이 쓰인다고 한다.

□ 마라탕의 인기몰이는 필경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국물 있는 마라탕 외에도 각종 재료를 마라 소스에 볶아 만든 마라샹궈, 마라 소스에 가재를 볶아 만든 마라롱샤 등도 유행을 타며 음식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마라탕이나 양꼬치 등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산 칭따오맥주의 인기도 치솟아 국내 수입 맥주 시장점유율이 2014년 7위에서 올 들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한다. 중국의 매운맛이 우리의 맥주 선호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