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게임즈 조혜원 기획 매니저ㆍ이유라 작가 인터뷰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스마트폰 화면 안에 한 고등학교 저녁 7시 야간자율학습 풍경이 펼쳐진다. 복도를 지나자 학생들이 무리 지어 떠드는 소리가 웅성웅성 들리고, 교정으로 나가니 봄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와 함께 벚꽃이 화면으로 떨어진다. 눈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어온 동료 교사. ‘이 사람과 친해져 볼까?’ ‘무뚝뚝한 사람인데 거리를 좀 둘까?’
네이버에서 일요웹툰 1위를 기록한 ‘오늘도 사랑스럽개’를 재구성해 만든 인터랙티브 게임의 한 장면이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중간 중간, 이용자는 주인공의 행동이나 생각을 결정해야 하고, 선택한 내용대로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나몬게임즈의 ‘메이비’는 이렇게 네이버웹툰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웹툰 속 주인공이 돼 등장인물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스토리를 완성시키는 게임을 제공한다. 보통의 역할수행게임(RPG)에선 제작자가 설정해 둔 세계관(시간ㆍ공간ㆍ사상적 배경)을 전제로 시나리오가 펼쳐지지만, 인터랙티브 게임은 이용자가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시나몬게임즈에서 만난 조혜원(31) 콘텐츠 기획 매니저는 인터랙티브 게임 특징으로 “적을 물리치는 화려한 액션이나 타격감(적을 타격할 때 느끼는 무게감)과는 다른 ‘감성적 몰입’이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 속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과 감정까지 일치시키는 몰입감이다. 자신을 이입한 캐릭터는 선택에 따라 상대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도,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캐릭터는 성장하고 스토리의 완결성이 높아진다. 잘못된 선택은 슬프거나 나쁜 결말로 이어진다.
이유라(25) 시나몬게임즈 시나리오 작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독자 개개인의 상상력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용자의 선택이 꼬리를 물면서 자기만의 서사를 쌓아가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요즘에는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이 꽤 높기 때문에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성향을 결정시키는 선택지도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며 “주연들 위주로 전개되는 원작과 다르게 서브 등장인물들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 따라 누가 주인공이 되고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스토리라인 구성에 품이 많이 든다. 웹툰을 재구성해 이야기의 갈래들을 정리하는 스토리맵을 짜는 데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게임별 결말은 한 게임당 4~5개에서 많게는 8개까지 있다. 이 작가는 “원작을 20번 이상 읽은 뒤 스토리맵 짜기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일단 뼈대가 서면 여러 시청각 요소를 추가하는 작업을 거친다. 인터랙티브 성격을 넣는 이유도 ‘몰입 극대화’에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바꾸고 계절이나 공간감을 강조하는 효과도 추가한다. 비가 오는 장면에서 실제처럼 빗소리가 나오며, 화면에 빗물이 튀는 효과도 등장한다.
게임의 필수 요소 중 하나는 ‘보상’이다. 인터랙티브 게임에선 중요한 인물로부터 신뢰를 얻는 등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거나 사건 해결 등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미션을 잘 마치면 게임용 재화(財貨)로 보상해 준다. 이 재화는 숨겨진 스토리 찾기, 캐릭터 외형 꾸미기 등 이야기의 완결성을 높이는데 쓸 수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탄탄한 스토리가 기반돼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인기 웹툰 등 흥행이 보장된 IP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넷마블이 26일 출시하는 인터랙티브 게임 ‘BTS월드’가 방탄소년단이라는 글로벌 IP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아직까지는 화려하고 거창한 스토리보단 가벼운 일상적 이야기가 주로 다뤄진다.
조 매니저는 “지금은 18~24세 여성이 전체 이용자의 50%이고, 주로 연애 관련 스토리가 소비되고 있다”며 “다양한 시청각적 장치를 추가해 로맨스뿐 아니라 공포, 추리 등으로 장르를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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