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길’ 의 유행을 이끌었던 경리단길의 현재 모습. 발길이 끊이지 않아 상권과 사람이 밀집된 거리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홍인기 기자

고도 성장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 도시는 빠른 속도, 높은 건물, 새것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다. 그렇게 도시가 바뀌면서 우리는 많은 가치를 잃었다. 모두가 한 방향만 보고 달려가고 있을 때, 도시의 다양한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낡은 한옥과 근대건축물은 철거 대상이었다. 한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한옥을 철거하고 빌라를 지었다. 근대건축물이 철거되고 특색 없는 상가건물이 세워졌다. 일군의 사람들은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는,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한옥과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그들은 이런 건물을 지키려는 운동을 했고, 그 결과 서울의 북촌,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한옥밀집지역이, 인천 군산 대구 등의 근대건축물 밀집지역이 살아남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동차의 속도만을 중시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보행권 확보 운동을 했고 그들의 운동은 차 없는 거리, 걷고 싶은 거리 조성으로 이어졌다. 자동차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이런 거리들은 오아시스 같았다.

오염된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은 깨끗해지고, 직선의 하천은 곡선이 됐고, 하천 주변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됐다.

오랫동안 우리 도시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주된 방법은 전면 철거 재개발이었다. 전면 철거 재개발은 기존 커뮤니티를 파괴하고, 삶의 흔적을 지웠으며, 원주민들을 쫓아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전면 철거 재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 재생을 생각해냈다. 기존 지역의 자원과 주민들의 힘으로 삶의 공간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이는 정부의 정책이 되어 낙후 지역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사회운동가들의 활동은 잊혔던 도시의 가치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시민들이 누리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고민에 빠졌다.

한옥을 지키자 임대료가 올라 기존 거주민들이 쫓겨났다. 근대건축물을 지켜내고 그 가치가 알려지자 대형자본이 몰려들어와 건물 가격과 임대료를 높여 기존의 생활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차 없는 거리가 되자 임대료가 올라 영세상인들이 쫓겨났다. 생태하천이 되자 주변 재개발이 가속화되어, 오염된 하천 주변의 저렴한 주택에서 살던 사람들이 쫓겨났다.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자 임대료가 올랐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했던 활동이, 그렇게 해서 생겨난 가치가,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쫓겨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으니 계속해서 그들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회의에 빠진 것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으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공성을 염두에 둔 활동가들만 의욕을 잃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낡고 오래된 지역에 공방을 차리고, 멋진 카페를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로 인해 거리의 가치는 올라갔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신이 나서 장사를 했지만, 곧 임대료가 상승했고,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쫓겨났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학술용어가 일반용어가 된 지도 5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이에 대한 사회적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해당 지역에서 각개전투식의 해법을 찾으려 아우성이다. 그렇게 임대인과 건물주 사이에, 지자체와 건물주 사이에 협약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언제 그 약속이 깨질지 몰라 애태우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가 손해를 보는 상황, 실제 그 혁신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그 열매를 따지 못하고, 단지 그곳에 땅과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열매를 가져가는 상황은 빨리 정리되어야 한다. 이대로 두다가는 아무도 우리 도시의 가치 창출을 위해 나서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성용 도시생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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