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정직하다. 말과 글은 때로는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옹호하지만 사진은 다르다.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온전히 보여 주기에 울림은 더 크다. 온갖 수사보다 한 장의 사진이 갖는 힘이 센 이유다. ‘압록강 아이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북한 주민과 아이들의 일상 사진을 앨범처럼 펼쳐 보여 준다. 1997년부터 압록강과 두만강 등 북녘 언저리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조천현 작가의 작품 180점이 실렸다. 작가는 20년간 400차례 넘게 북중 접경 지역을 찾아 다니며 압록강의 사계절을 렌즈에 담았다.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와 꼭 닮아 있다. 일렬로 줄 맞춰 걸으며 현장 학습을 떠나고, 빨래하는 어른들 옆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압록강은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겐 삶의 터전이었다. 이념이나 정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 있고 삶이 있을 뿐이다. 작가는 남과 북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 북녘 땅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압록강 아이들
조천현 사진ㆍ글 지음
보리 발행ㆍ252쪽ㆍ2만2,0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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