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혐한(嫌韓) 발언이나 집회 등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ㆍ혐오 발언)를 하는 사람에게 1만엔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법률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헤이트 스피츠에 대한 벌칙 규정을 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후쿠다 노리히코(福田紀彦) 가와사키 시장은 전날 시의회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행할 경우 형사죄를 물어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의 차별금지 조례안을 연말 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시 측은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1만엔(약 10만9,000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을 명기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혐한 시위 등이 일어날 경우 시 측은 시위 사실을 검찰이 알리고, 법원이 헤이트 스피치로 인정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시의회에선 이런 내용의 조례안에 대해 크게 반대하는 의원들이 없어 무난히 제정될 전망이다.
가와사키시는 지난해 3월 공공시설에서의 헤이트 스피치를 사전에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나 시위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차원에서도 2016년 헤이트 스피치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 시행됐지만 벌칙 규정이 없어 헤이트 스피치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와사키시 외에 오사카(大阪)시, 고베(神戶)시, 도쿄도(東京都)에서도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조례를 채택하고 있지만 벌칙 규정은 없다.
혐한 발언의 피해자로 헤이트 스피치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씨는 도쿄신문에 “벌칙 조항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며 “이번 조례안이 일본에서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헤이트 스피치 문제에 정통한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는 “계도 활동만으로는 헤이트 스피치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에 벌칙 규정을 넣는 방식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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