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전문가, 라디오 인터뷰 지적 
지난 15일 배를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주민이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이 배는 사흘간 우리 영해를 떠돌았지만 군의 경계망에 전혀 걸리지 않았다. KBS 방송화면 캡쳐

어선을 탄 북한 주민 4명이 사흘간 남측 영해를 헤집고 다닌 것도 모자라 스스로 삼척항에 정박하고 주민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한 국방 전문가는 “경계를 아예 안 한 것”이라며 군의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북한 병사가 철책을 넘어 우리 군의 소초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던 2012년 10월 ‘노크 귀순’의 동해안 버전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우리 군의 해상 경계 실패라기보다는 경계를 안 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요즘 남북 대화 무드에 젖어 군의 기강이 너무나 해이해져 있다”면서 “나태한 분위기가 만연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더 나쁘다”고 덧붙였다.

북한 어선이 12일 오후 9시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뒤 울릉도 동북방 55㎞ 해상을 거쳐 삼척항에 들어올 때까지 군은 어선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NLL을 지키는 해군의 3중 감시망(고속정-초계함-구축함), 해상 초계기, 육군과 해군의 감시 레이더, 삼척항을 감시하는 해경과 해양수산부의 폐쇄회로(CC)TV 모두 무력했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 내놓은 군의 해명들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했다. 우선 당시 파도가 높았기 때문에 감시망에 잡히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해명에 대해 신 대표는 “당시 기상청 자료를 보면 삼척 근해의 유효 평균 파고는 0.2m, 즉 20㎝였다”면서 “방바닥처럼 평평하다고 해서 어민들은 장판 같은 날이라고 할 정도로 파도가 없는 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군의 설명대로 그냥 표류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해류도를 분석해보니 표류했으면 일본으로 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속초 해안선에 배치된 열상 감지기가 최신형이 아니어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신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그 장비는 8~15㎞까지 다 보인다. 30년 전 장비도 갈매기 5마리 중 1마리가 움직여도 다 보인다. 그것하고 비교가 안 되게 성능이 좋은 장비”라고 강조했다.

한국 배들과 섞여 있어서 평범한 한국 어선으로 생각했다는 해명도 엉터리라고 신 대표는 판단했다. “배에는 전부 전파로 자기 위치를 알리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이 있는데 신호를 송신하지 않는다면 수상한 배”라면서 “항구마다 배 뒤에 다는 깃발의 색깔이 다른데 (북한 어선은) 깃발이 없다. 그러면 한 번 더 봤어야 했다”고 신 대표는 말했다.

신 대표는 1968년 무장한 북한군이 울진, 삼척 지구로 침투해 49명이 사망한 일을 상기시키면서 “(이번에 온) 이 사람들이 게릴라였다면 삼척항 남쪽 40㎞ 지점의 울진 원자력발전소, 9㎞ 북쪽에 있는 해군 1함대 같은 국가 전략시설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수 있고, 우리 시민들도 해를 당했을 수 있다”면서 군의 경계 강화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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